근사한 토요일이 있었다.  푸른 나무들로 싱싱한 올드앨라바마 타운에서 올해로서 2번째, Alabama Book Festival 이 열렸다.  작년에 자원봉사 한다고 나섰다가 한곳에 묶이는 바람에 올해는 이기적이지만 자원봉사 나서지 않았다. 

앨라바마 관광처가 2007년을 “앨라바마 예술의 해” 로 선정한 덕에 올해 행사는 더 거창하다.  함께 가자 할까봐 남편은 아침 일찍 잔디 깍는다고 밖으로 나섰고 오히려 따라 나설까봐 은근히 걱정하던 나는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다.  하루종일 하는 행사라 인내심이 적은 남편은 견디지 못한다.  

마침 셰익스피어의 생일이라 전세계에서 축하행사를 많이 하는 날, 몽고메리에서  Book Festival 이 열리니 얼마나 근사한가.  원근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 백명 몰렸다.  완벽한 배경인 올드 앨라바마 타운에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를 포함한 70명의 작가들, 앨라바마 출신이나 이곳과 인연이 있는, 또는 남부에 관한 작품을 쓴 작가들이 전국에서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찾아 왔다. 

그들은 자작품을 읽고, 작품을 쓴 동기나 배경을 설명했다.  그들의 가슴을 통해서 신선한 충동을 받았다.  글은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 열심히 흔적을 만드는 작가, 글을 쓰면서 세상의 기쁨을 찾는 작가, 역사를 섞어서 미래를 만드는 작가, 무엇인가 강하게 믿으면 현실이 된다는 작가, 남부 습성을 재치있는 책으로 엮은 두 여자, 어떤 순간 불쑥 느끼고 듣는 목소리에 생명을 준다는 작가, 작가인 여동생과 나란히 서서 그의 책 문장을 읽어주던 오빠작가. 

오하이오에서 온 작가가 그녀의 책 첫장을 읽을 때는 아찔했다.  평안한 일상의 시작, 한 가족의 아침을 묘사한 그녀의 목소리는 무서운 폭풍을 예고했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가족과 아침을 먹고 학교 간 아들이 총기살인의 범인으로 변한 사건에 집중했다.  그 어머니의 처절한 절규를 담은 “The Space Between” 라는 책을 최근에 발간했다.  버지니아 텍의 사건후라 그녀가 책 소개를 마쳤을때 우리는 한동안 전율했다.     

깔끔한 인상의 작가뿐 아니라 털털하고 엉성한 농부차림의 작가도 정겹다.  수줍어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문장을 읽어주던 여 작가가 왜 그리 정겹던지.  나는 시인이나 작가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작품을 참 좋아한다.  프린트된 글 보다는 작가의 맛과 멋이 배여서 더 많이 감동한다.  끊임없이 섞이는 새나 바람의 소리, 따가운 햇살도 좋아하며 여러 텐트를 찾아 열심히 자기 작품의 일부분이 된 작가들의 세계에 몰두했다. 

한 서점에서 참가한 작가들의 책들을 가져와 팔았다.  강연이 끝난 작가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직접 사인도 해줬다.  역시 남부다.  남부 작가들이 쓴 남부생활에 관한 책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나도 한 남부작가의 책을 사서 그의 사인을 받고 재미있게 읽는다.  흙을 만지며, 흙과 함께 목화밭을 끼고 도는 사연에 줄곳 가슴이 아린다. 

작년 이 행사에서 만난 나처럼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던 여자.  바쁜 일로 참석 못한다고 아쉬워해서 만날 약속을 하고 프로그램을 하나 더 챙겼다.  약 올릴 내용이 많다.     

올해도 2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애써 준비한 덕분에 많은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은 좋은 추억을 챙겼다.  한 세기를 살아온 장소와 영원한 예술의 만남을 목격한 즐거운 나들이 였는데 정작 행사가 끝난 오후 4시쯤 배가 고팠다.  하지만 글은 사람살이를 기록한다는 단순한 진리와  책들이 우리생활에 보태는 무궁한 상상력과  풍부한 체험에 경탄을 보내며…내년 행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