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안들이 현대자동차 덕분에 한국문화를 접하고 있다.  동양의 작은나라, 한국이 커다랗게 확대된다.  불론트 문화공원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불꽃의 혼” 이라고, 현대 한국도자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54작가가 각자 2 작품씩 출품한, 21세기 한국 도자기의 절정들이다.   

일요일 미사끝난후 작은딸과 한국 도자기 구경에 나섰다.  토요일 신문 한면을 가득 채운 전통적인 도자기의 인상이 아닌, 특이한 여러 모습의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도자기가 미국 전시에 나선다는 정보를 듣고 현대자동차에 도움을 요청해서 이곳에서도 전시하게 되었다면서 박물관 관장이 현대자동차에 감사한다고 했다.  

아담한 박물관 한쪽에 몰려서 좁다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작품들 주위를 360도로 돌면서 주의깊게 봤다.  좁은 공간에 올깃졸깃 가까이 둘러 앉은 작품들은 오히려 자기네들끼리 도란도란 한국말 나누며 찾아온 남부인들에 슬쩍 눈길 주고 있었다.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고향 사람들의 표정과 한국의 산천을 보고, 한국인의 생활속에 깊숙히 이어온 불교 문화가 인간의 자아와 연결된 꿈들을 봤다.  활발한 상상력탓에 차라리 조각품에 가까운 절묘한 외모의 도자기 작품들을 둘러보며 이렇게도 삶을 표현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아크릴 덩어리 속에 고정된 은장도와 비녀앞에서는 숨이 멎었었다. 

한국문화에 서툰 작은딸에게는 무리다 싶게 고국의 문화가 진득한 흙으로 강하게 찾아 왔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이라 한다.  어쩌면 흙을 떠난 사람살이 생각할 수가 없는 이유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 사람은 흙과 함께 산다.

이곳에도 흙을 만지는 노인이 있다.  몽고메리에서 한 30마일 떨어진 외곽에 사는 그는 그의 집옆의 트레일러를 작업실로 사용한다.  취미생활로 시작한것이 그만 특산물이 되어서 그의 앨라바마 찰흙 상품은 기념품 가게들에서 인기품이다. 

그는 앨라바마 강바닥의 찰흙을 모아서 가루로 만들어 반죽하고 그리고 여러 형상의 틀에 모양을 빗는다.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은 가마에서 굽혀 나오면 흙속의 금속성분에 따라 오렌지빛을 낸다.  군데 군데 신기하게 들어난 색갈의 강도는 참 오묘하다.  그래서 같은 틀에서 모양이 잡혀도 하나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지난 15년, 나는 그의 단골 손님이다.  앨라바마를 방문하거나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그가 흙으로 빗은 물건을 선물한다.  퇴직하거나 진급하는 군인들에게는 독수리를, 다른 친구들에게는 천사나, 앨라바마 지도 모양의 박스나 꽃병들을 골른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러 모습의 천사들이다.  늘상 지켜주리라는 확신을 주는 따스함이 있다.  지인들에게 앨라바마 찰흙의 작품을 주면서 정도 나누고 또한  앨라바마도 소개하는 버릇은 흙으로 부터 온 아름다움을 기쁘게 나누고 싶은 내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