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곳곳에서 찰깍대는 10개가 넘는 시계는 하나같이 시간이 다르다.  자동으로 시간이 조절되는 케이블 박스 빼놓고는 어떤 시간이 정확한지 모를 지경으로 몇분에서 몇십분의 차이를 갖고 있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식구들의 의식을 쫒기 위해서 예전부터 시간을 조절해서 식구들을 재촉하던 버릇탓이다.  더욱이 시간 관념이 무딘 남편과 살다보니 미사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서 시간 조절이 절대 필요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나 약속시간을 적당히 30분이나 한시간 빠르게 알려주는 것은 내 친절이다.  매번 속으면서도 어김없이 속아주는 가족들은 이제 각자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고 외출준비를 해준다. 

화요일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테너 가수가 이곳 몽고메리에 왔다.  이번에도 남편에게 어김없이 공연시간을 30분 일찍이라고 알려 주었다.  유명한 테너 3명의 음악듣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남편이 고맙게도 일찍 서둘러 주었다.  오히려 주차장 찾기도 힘들테니 빨리 떠나자고 작은딸과 나를 채근했다.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앞차들 밀어 제치고 속력을 내며 빠르게 연주회장인 헌팅돈대학으로 차를 몰았다.  벌써 주차장이 꽉차서 우리는 근처의 길가에 차를 세웠다.  먼저 도착한 많은 사람들을 보며 앞쪽으로 가서 앞에서 두번째 좌석을 차지했다.  키가 큰 사람들이 앞에 앉으면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야하는 불편이 싫어서였다.  만나는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둘러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웬만한 사람들 다 모였다. 

공연시간 까지는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며 휴대전화기를 꺼내는 남편에게 눈치가 빠른 작은딸이 프로그램을 보고 정정했다.  30분이 아니라 한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메세지를 체크하라고 했다.  작은 눈꼬리를 길게 올리며 또 당했다며 나를 흘기는 남편을 피해서 화사한 내용의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David Cangelosi씨는 도밍고의 눈안에 들면서 부쩍 성장해서 지금은 전 세계의 오페라 무대에 서는 유명한 테너이다.  그는 1, 2부에 나누어서 더러는 심각하고 더러는 가벼운 여러 스타일의 노래를 섞어서 불렀다.  굉장한 성량의 목소리와 연기인으로서의 화사한 표정조절을 절묘하게 잘 했다.

앞자리에 숨 죽이고 앉아서 그의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까지 한꺼번에 흡수하면서 그의 목소리에 매료당했다.  이탈리안 후손이라서 인지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열정적이었고 노래에 설명을 보탠 덕분에 감동이 빨랐다.  긴머리 깔끔하게 뒤로 모아서 포니테일로 묶은것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오히려 장난스러웠다.  25년의 음악 인연을 가졌다는 반주자와 화기애애한 호흡으로 열기를 보태며 공연장을 꽉 메운 5백명이 훨씬 넘는 관객들을 완전히 사로 잡았다. 

2부 중간에 그는 몽고메리에 와서 공연하게된 인연을 설명했다.  15년전에 오페라 가수 지망생이었을 당시 탱글우드에서 몽고메리에서 온 한 사람과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후 그의 진도를 지켜보며 성원해준 그 몽고메리안과 질긴 인연을 맺어온 결과로 이렇게 몽고메리를 찾아서 컨서트를 하게 되었다 했다.  역시 사람과 사람의 교제는 강력한 힘이다.  그들의 우정 덕분에 이번에 수백명의 몽고메리안들이 감히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의 진수를 직접 맛볼수 있었다.

4-5개 언어로 부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리아도 그의 표정과 감정이 풍부한 목소리로 가슴에 닿았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Londonderry Air”나 뮤지컬 Les Miserables중에서 “Bring Him Home” 은 가슴이 서늘한 전율을 주었다. 

성가들 엮은 노래들과 "The Impossible Dream" 앙코르까지 듣고 나선 우리식구들의 머리속에는 그의 음성이 꽉 찾다.  이 컨서트를 스폰서해준 몽고메리 교향악단과 앨라바마 주 예술원, 그리고 헌팅돈대학에 감사하며 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상큼한 참으로 근사한 기쁨을 준 재능꾼, David Cangelosi씨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