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집가족들 만나러 켈리포니아로 떠난사이 정신없이 청소를 한다.  그는 평소에 무엇이든 모으기를 좋아하는 pack rat 인지라 버리는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심지어는 광고 우편물들도 여러 잡지들과 은행서류들에 섞여서 얌전히 모셔져 있는데 그가 집에 있을때는 한쪽 벽에 쌓인 그의 보물들 건드리는것 감히 엄두도 못낸다. 

직장 다닐때는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남편의 책상이 있는 방 한쪽을 묵살하고 살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청소차가 오기전 3일을 밤낮으로 쌓인 박스들에서 중요한 서류들 골라내고 쓰레기 분리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오래된 서류들은 아낌없이 문서 분쇄기로 밀었는데 워낙 분량이 많아서 나중에는 손과 팔들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이집으로 이사온후 처음 그쪽 코너의 카페트를 기분 상큼하게 밟았다. 

세월이 지나가며 우리에게 주름살 만큼이나 많은 여러 잡동사니도 얹어서 주었나보다.  치우면서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한다.  퇴색한 네잎 클로버나 20년전에 큰딸이 크레용으로 그린 생일카드는 시간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그리고 작은딸이 8살때였나 한 서점에서 찍은 사진은 또 다른 추억을 몰아온다.

몽고메리에 대형서점들이 도착하기 전, Book Monger 라는 특이한  작은 서점이 있었다.  무용을 하던 중국계인 데이지가 주인이었는데, 그녀는 활발하게 지역 문화활동을 장려했다.  자신의 서점에서 매주 시낭송회를 열었고, 한달에 한번씩 좁은 서점의 책장 사이를 비집고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행사때에는 우리집에 있는 한국물건들 서점 여기저기에 전시했다.  한 교수님은 한국에 대한 설명을 하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여자분은 찾아 오는 손님들에게 한글 이름을 적어주고, 한인아이들도 음악 재능을 과시했다.  교포 몇명이서 열심히 우리의 모국을 소개한 셈이다.  이런 문화 행사덕분에 많은 고객들 이 서점을 즐겨 찾았고 전시된 진귀한 책들을 통해 세상을 보았다. 

이 서점에서 열리는 시낭송회는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많이 애쓴 기억이 난다.  프로나 아마추어 시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몇 사람 앞에서 직접 자작시를 낭송해서 분위기가 애틋하면서도 아기자기했다.  이곳에 사는 한 한인여성이 가끔 이 시낭송회에 참여해서 나는 영어로 시를 쓰던 그녀를 대단히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여유 있을때 들러서 커피 한잔 들고 작은 의자에 앉아서 책 읽는 행복도 있었다. 

대형서점에 밀려서 Book Monger는 안타깝게 문을 닫았고, 데이지는 애틀란타로 이사했다.  이 서점에서 데이지와 함께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던 브렌다는 그후 Barns &; Noble 서점에서 문화행사를 주선하다가 지금은 이곳 Alabama Dance Theatre 에서 개발담당을 한다.  가끔 만나면 우리는 데이지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아기자기하게 정을 나누었던 Book Monger를 회상한다.  불과 13년 전인데 꼭 전세기의 추억을 나누는 기분으로. 

사람과의 따스한 만남을 즐겼던 작은 서점은 없어졌지만, 몇장의 사진을 통해서 나는 데이지와 그 서점을 들락이며 만났던 많은 지인들을 그리워한다.  흐르는 세월도 못 막지만 변화도 못 막는다더니 무엇이든 영원한것은 없음을 이렇게 남편의 너저분한 잡동사니들 청소하며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