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몽고메리에는 작은 갈등이 회오리 바람되어 번지고 있다.  어떤 변화든 언제나 찬.반의견이 있지만 지난 며칠동안 신문에 실린 여러 의견을 읽으면서 내 의아심은 더욱 커져 버렸다.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작은도시의 한적한 여유는 풍성해도 고층건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야구장이 생기고, 여기저기 비어있던 전세기의 건물들이 새롭게 주거지로 단장되는등 다운타운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새롭게 지어진 호텔과 예술공연장이 다음달에 문을 연다는 소식과 함께 공연 스케줄이 며칠전에 발표되어 우리는 신나는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주의회 의사당이 있는 덱스터길은 역사적인 의미가 두둑한 도로이다.  이 길은 좀 비스듬한 언덕길인데 그 끝에 “Goat Hill”이라 불리는 곳에 바로 주 의회 의사당 건물이 위용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1851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방의 국회의사당으로 그당시 제퍼슨 데이비스가 바로 그 앞에서 남부 연방의 대통령으로 취임선서도 했다.  인권운동의 많은 움짐임들도 바로 이 건물 앞에서 일어났었다.

덱스터길 양쪽은 주로 주정부 건물들 이거나 별로 높지 않은 건물들이라 아름다운 주 의회 의사당 건물이 더욱 인상적으로 돋보인다.  고층건물들에 둘러쌓인 다른 주들의 주의회 의사당과는 달리 이곳 앨라바마 주의회 의사당은 어느 방향에서 보던 몽고메리 다운타운에서 앨라바마의 상징으로 눈에 확 들어 온다.   

이 의사당 코앞에 몇년째 비워져 있던 주 대법원의 옛 건물이 있다.  킹목사 기념 침례교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이 대법원청사를 RSA (Retirement Systems of Alabama) 단체에서 2억불을 투자해서 역사적인 이 법원건물을 감싸 보전하며 그 위로  고층의 사무실건물을 짓는단다. 

이 건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거대한 크기의12층의 건물이 우뚝 버티고 서면 그 뒤로 주 의회 의사당이 그만 종속적인 건물로 내려 앉아 버리게 된다.  앨라바마주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이 역사적인 건물이 그만 위엄도 잃어버리지만 덱스트길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영 아닙니다가 된다.  이 현대판 사무실 건물은 사실 주위의 전세기 풍의 분위기에도 적절히 어울리지 않는다. 

몇년전에 몽고메리시는 도시 발전을 위해 전국에서 명성있는 도시 개발가들을 초빙해서 그들의 자문을 듣고 시민들의 의견도 많이 모았다.  또한 역사적인 건물들의 보호와 도시 전체의 조경을 위해 건물 높이등 여러 세밀한 조건을 신중히 고려한후 시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좀 까다로운 총 도시계획서, Downtown Montgomery SmartCode 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RSA 는 주정부 산하단체로 이 몽고메리시의 도시계획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갖고 나름대로 건축을 추진했다. 

뒤늦게 고층건물의 디자인을 알고 질겁한 역사적인 건물 보호단체들에서 RSA 책임자를 만나려는 노력도 실패로 돌아가고 막상 지난달부터 공사가 시작되자 이 문제가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지면서 RSA와 본격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와도 아랑곳없이 RSA에서 공사를 진척하자 더불어 반대자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졌다.  소문듣고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 책임자도 앨라바마 주지사에게 우려의 편지를 보냈고, 지대한 관심으로 대학교수, 조경설계사나 역사적인 건물 보호단체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들이 신문에 줄곳 실리며 오만한 RSA 책임자에게 정중하게 재고를 요청하는 온갖 노력이 있었다. 

오늘 저녁에 올드 앨라바마 타운에서 지역 공개토론회가 있었다.  150명이 넘는 관심있는 사람들이 원근에서 참석해서 2시간이 넘도록 건물 도면을 보면서 열심히 여러 의견을 듣고 질문을 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한쪽 벽에 기대어 선채 나도 뜨거운 열의갖고 모두의 의견을 경청했다.  심각한 분위기도 그랬지만 앨라바마의 중심부에 관한 워낙 중요한 안건이어서 다리가 아픈줄도 몰랐다. 

가장 큰 질문은 어떻게 일이 이렇게 진전이 되도록 시민들은 몰랐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RSA 가 앨라바마 경제개발에 막대한 공헌을 했지만 몽고메리시의 도시계획안을 따라 전체 조경을 흐트리지 않고 조화있게 건축계획을 세웠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했다. 

주의회 의사당은 몽고메리시 만의 것이 아니라 앨라바마 전주민의, 나아가 전국적인 의미를 가진 건물이다.  그 건물을 초 현대판 고층건물 아래 종속건물로 낙하시키기에는 이곳에 있는 선명한 역사적 흔적이 너무 많다.  RSA측에서 사전에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역사적인 환경에 좀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RSA 건축을 변경할 수 있는 기한이 앞으로 30일 정도 밖에 없고, 그동안 아무런 변동이 없으면 앞으로 24-30개월후쯤에 주의회 의사당 앞에 거대한 12층의 건물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 상원의원이 앞에 나서 빠른 시일안에 양쪽 대표들이 대화로 해결책을 찾도록 직접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비록 이땅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이곳에 오래 적응하면서 살다보니 이번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지역의 심각한 진통이라 나도 함께 앓는다.  아무리 경제개발이 도시활성에 중요해도 역시 많은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이었던 주의회 의사당은 그에 따른 대우와 존중을 받으며 그 주위 환경과 함께 후대를 위해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