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원하던 딸들은 집을 떠났지만, 딸들이 비운 자리를 채우는 애완동물들로 우리는 심심치 않다.  이 애물단지들 덕분에 온 집안에 개털과 고양이털이 펄펄 난다.  작은딸이 입양해서 데려다 놓은 2살이 채 못된 고양이 로키는 눈치도 없이 방마다 구석마다 다니며 먼지를 흩는다.  치우다 지치면 적당히 못 본척하고 산다.

터줏대감인 진돗개 벨은 재빨리 날라 다니는 로키를 가끔은 묵살하고 가끔은 뒤 쫓아 뛴다.  로키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5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벨과 로키는 서로 눈을 못 맞춘다.  개와 고양이의 싸움이라더니 두 동물이 정말 색갈있게 군다.    

로키가 말썽을 피우면 벨이 제일 먼저 조사하러 간다.  액자가 떨어지는 것은 예사이고 이제는 화분들도 넘어진다.  연말에 식탁위에 난잡한 로키의 털을 닦으며 식탁위에 앉는 것을 좋아하니 아예 식탁위에 올려주리라 했더니 작은딸이 질겁을 했다.  내가 고양이탕을 만들까봐 얼른 제방에 데리고 가 숨겼다.   

“No” 를 전혀 따르지 않는 로키는 제 멋대로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모험으로 온 집안을  놀이터로 만들며 벨과 숨바꼭질한다.  야웅이라는 고양이 소리도 별로 없이 살그머니 집안을 누비며 뿜는 에너지에 나이든 벨은 가끔 짜증을 낸다.     

작은딸이 없으니 기가 죽은 로키는 퇴근해온 남편의 바지자락을 물며 시선을 끈다.  아마 내가 벨과 붙어 있으니 나 보다는 남편이 좋은가 보다.  질투내지 말라며 벨을 쓰다듬고 안정시키는데 아무래도 말을 알아 듣는 점잖은 벨이 훨씬 좋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나한테 작은딸이 십자가를 하나 준 셈이다.  자식위해 뭐 못하는 부모없다는데 그까짓 고양이 하나 못 돌봐줄까하고 고양이 뒷청소하며 주절댄다.  고양이 알레르기 체질인 큰딸도 연말에 로키와 친해지려고 애썼다.    

애물단지들에게 간식을 주면서 작은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해서 그녀의 고양이를 데려 가기를 기다린다.  언젠가 여동생과 전화하다가 고양이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았더니 로키한테 정들어서 나중에 딸한테 돌려주질 못할껄 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에드가 알란 포우가 쓴 “검은 고양이” 를 읽은 어린시절부터 고양이를 싫어했던 나는 이제 로키를 통해서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배운다.  높은 곳을 점령하는 로키와 낮은 곳을 감시하는 벨의 익살스런 자세에는 영리한 동물들의 고집이 있다. 

남편 말대로 벨은 남편을 운동시키고, 로키는 벨을 운동시키는데 나는 벨과 로키가 사이좋게 함께 놀아 줄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말대꾸도 하지 않고 많은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전적인 사랑을 주는 이 애물단지들과 가끔 시끌한 생활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