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관계로 이곳 사람들 한국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정기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에 대한 소식부터 한국에서의 현대자동차회사의 노사문제나 한국 정세까지도 민감하게 보도한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많은 기사가 실렸다.  어제 일요일 이곳 침례교회에 와서 설교한 빌리 김목사와 한국의 어린이 합창단 공연에 관한 사진과 기사가 2/3 페이지를 다 차지했다.  북한을 위해 기도해주고 또한 세계 선교사업에 동참하기를 권고한 김 목사의 몽고메리 방문을 크게 보도했다.

그리고 버밍햄의 앨라바마 교향악단의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몽고메리 교향악단의 신참 멤버인 한인 바이올리니스트에 관한 기사도 역시 김목사의 방문기사처럼 신문의 2/3 페이지를 카버했다.  현대자동차 가족으로 8개월전에 몽고메리로 이사온 이 11학년생 음악가의 재능에 대한 찬사가 대단했다.  더욱이 이 학생에게 바이얼린을 사사하는 선생이 바로 몽고메리 교향악단의 바이얼린 연구 주자로 있는 한국계여서 자랑스런 한인에 대한 즐거운 기사였다. 

그런데 지구 소식 한쪽에 끔찍한 한국 소식이 함께 실렸다.  남대문, 숭례문이 불에 타 버린 기사였다.  610년 동안 온갖 험악한 풍파를 다 견뎌온 한국의 문화재가 이렇게 갑자기 잿더미가 되어 버리다니.  물론 이 사건은 한방울이라도 한인의 피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경악할 뉴스이다.

숭례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6년에 일반에게 공개 되었다는 짧은 기사를 읽으면서 누군가한테 뒷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늘상 그곳에 버티고 있던 남대문이 눈에 선했다. 

복잡한 버스에 떼밀려서 매일 남대문 곁을 지나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리고 남대문에서 버스를 내려서 도서관이나 독일문화원을 찾아 수 년을 남산을 오르락 했었다.  친구들과 남대문 앞에서 만나자고 또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던가.  내 젊은 시절의 많은 활동이 남대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이어졌는데, 늘 그곳에 존재하리라고 믿었던 든든하던 역사의 한줄기가 이렇게 어이없이 파괴되다니. 

한국을 떠난지 32년이 된 내 마음이 이렇게 숭숭한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큰 충격에 침체하고 있을 것같다.  아무튼 역사적인 유물의 대단한 손실이다.  아무리 다시 짓는다고 해도 그건 이제 예전의 남대문이 아니라 옛조상의 혼이 빠진 그저 흔해빠진 조형물 일뿐이니까.  언젠가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그때는 남대문이 있던 거리를 피해 다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