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봄꽃들 보며 산뜻한 기분으로 B&;N서점에 들렀다.  수 백 종류의 화사한 잡지 표지를 통해서 세상 돌아감을 보고, 신선한 제목들과 시선을 잡는 화보의 빳빳한 신간들에서 간지러운 충동을 받는다.      

대형서점의 좋은 점.  도서관보다 더 신간들이 많고 또한 커피가 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책 한권쯤 가볍게 읽고 그림이 많은 책들은 몇권씩 통독한다.  소유하고 싶은 책을 욕심내고 또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책도 발견한다.  서울의 대형서점에 견주면 구멍가게 규모지만 나한테는 에덴의 동산 비슷한 곳이다.

신간들을 보다가 불쑥 주위에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여기저기서 책을 뒤적이는 손님들은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다.  산소호흡기를 끌면서 신간을 둘러보는 노인에게 민망할 정도로 나는 건강하고, 보행기를 잡고 천천히 걷는 노인의 옆을 나는 또 빠르게 비켜 다닌다.  아이들은 학교에 젊은이들은 직장에 있을 시간이지만 어쩌면 많은 독서가들을 인터넷에 잃은지도 모르겠다. 

세일하는 책들이 있는 테이블에서 낯익은 한 노인을 만나 인사했다.  우리는 다운타운 도서관의 책 세일때 자주 만나고 서점에서도 자주 만난다.  중간쯤의 키에 허리가 약간 굽은 80 노인인데 항상 많은 책들을 골라 무겁게 들고 나가곤 했다. 

한번은 그에게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보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 대답이 자신이 읽을 책들이 아니라 제대로 거동을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책들을 구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후 돗수가 높은 안경에 위태할 정도로 비스듬한 자세로 책을 골르는 이 노인을 은근히 존경하게 되었다.    

이 노인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몽고메리 다운타운의 도서관에서 일년에 두 번, 반짝하고 2일간 갖는 책 세일이다.  사람들이 헌납한 책들과 몽고메리 카운티의 도서관들에서 정년시키는 책들 3-4 만권이 나온다.  낡은 책들도 많지만 잉크냄새 신선한 신간들도 꽤 많다.  책, 책, 책들에 둘러 싸여 행복하며 천천히 읽고 싶은 책들 내용 다양하게 맘껏 골를 수 있다.  그렇게 구입한 책들은 읽고 난후에 꼭 갖고 싶은 책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도로 도서관에 헌납한다.  돌고 도는 책들이다.

작년에 타임지에선가 미국인들의 독서시간을 조사한 기사가 있었다.  TV나 인터넷에 보내는 시간은 급격히 증가했고 반대로 독서하는 시간은 확 줄어서 성인당 일년에 평균 7권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좀 의아한 기사였다. 

유년기부터 지금껏 변하지 않은 것은 책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과 사랑이다.  엄청난 감응능력을 가진 작가들을 질투하고 그들이 안내하는 세상을 사랑한다.  책을 통해 만나는 매력적인 사람들은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아무래도 나한테는 오감 보다는 추상력이 더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나이 들고 거동이 불편하면 그 노인처럼 책을 구해 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몽고메리의 도서관들과 미시시피에 있는 사랑의 도서관은 내 생활의 동맥이다.  요즈음 오랫동안 꿈꾸던 일, 한국책 영어책 맘껏 읽느라 퇴근해 오는 남편 저녁도 곧잘 잊는다.  고맙게도 밖에 가서 저녁을 사갖고 오는 착한 남편이라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