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를 무대로 쓴 책들은 참 재미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정감이 톡톡 쏘는 재치가 사람살이 속에 깊숙히 자리 잡아서 독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언젠가 “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1987년에 베스트 셀러였던 이 책은 몇년후에 만들어진 “Fried Green Tomatoes” 영화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곳 토박이 친구들과 이 책을 쓴 작가인 Fannie Flagg을 이야기하던 중에 한 친구가 내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 이름을 연결 시켰다.  사람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  하느님 일에 일생을 바치는 천주교 신부님에게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몰랐다. 

얼마전에 신부님과 점심을 함께 먹다가 Fannie Flagg과의 과거를 여쭈어 보았다.  이탈리안 이민 3세이시며 화끈한 성격에 유머가 날카로우신 신부님은 솔직한 대화를 좋아 하신다.  좀 당돌한 내 질문에 한참 웃으시던 신부님은 잠시 과거 여행을 하셨다.

그가 고등학교 졸업반일때 프럼 데이트로 데려간 아름다운 여자는 Patricia Neal 이었다.  1950년대에는 프롬 데이트가 다음날 아침에 남자의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아침을 함께 먹는 풍습이 있었단다.  아침후에 신부님은 그녀를 따로 불러서 그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정해진 대학보다는 가톨릭의 신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그의 소망을 어떻게 부모님께 고백하느냐는 것이었다.

15년전 신부님의 사제 서품 25주년 기념을 위해 몽고메리의 한 단체에서 암암리에 기념회를 준비했었다.  그리고 할리우드로 진출해서 Fannie Flagg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명해진 그녀를 비밀리에 초청해 왔다.  저녁을 먹는 기회라고 참석하셨던 신부님은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행사에 놀라셨고, 놀라게 변한 그녀를 다시 만나 깜짝 놀라셨다. 

남부인들의 짖궂은 사랑에 둘러싸인 신부님 옆에서 그녀는 예전에 신부님이 그녀에게 털어 놓은 색다른 실토로 당황했던 그 당시 그녀의 기분과 진실로 가톨릭 신부가 되신 그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배우이며 작가인 그녀 특유의 재치로 장내를 웃음판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무대의 공연쯤으로 안 이곳 사람들과 달리 신부님께서 직접 당신이 그런 고민을 토로한 것은 사실이었다고 하셨다.  신부님이 유명인과 그렇게 친한 역사가 있는줄 몰랐다는 나한테 백발의 신부님은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녀를 프롬에 데려간 때는 그녀가 유명하기 훨씬 전 이었다시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라더니… 사실 여러 분야에서 유명해진 어릴적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활약 기사를 접할때마다 예전의 그들을 떠올리듯이 신부님도 줄곳 그녀의 본명을 사용하셨다. 

70이 되어가시는 신부님은 아직도 당신이 직접 식생활을 해결하신다.  아침은 주로 걸르시고 점심이나 저녁은 여기저기 밖에서 해결하신다.  요리를 할 줄 모르시니 성당에서 행사후 남은 음식들을 신부님께 챙겨 드리는 신도들도 있다. 

직장 그만둔후 한달에 한번, 신부님과 점심 데이트를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이민 3세와 이민 1세의 삶을 나눈다.  한인 이민자들의 미국사회 적응과정과 이민 2세 아이들 키우는 고충도 이야기 드린다.  한국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공통점을 찾고, 근검하신 신부님을 통해서 검소한 생활자세도 배운다. 

남편은 나의 신부님과의 점심데이트를 부러워하며 매번 어떤 식당으로 신부님을 모셔 가라고 조언을 해 준다.  신부님과의 대화는 내 생활의 신선한 충동이라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길 바라는 남편의 기도가 보태어져서 즐겁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신부님의 옷깃을 스친 인연을 알게 되어서 더욱 즐거웠다.     

요즈음은 신부님을 Fried Green Tomatoes 요리를 잘 하는 남부식당에 모셔 가려고 식당탐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