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을 주는 천사가 있다.  소문내지 않고 이웃을 따스한 손길로 돌 볼줄 아는 땅위의 천사를 보면 내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2차대전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포로로 몇년 고생하셨던 키티의 아버지는 백년이 넘는 고옥에서 그의 젊음을 훔친 2차대전의 유물들과 책들에 둘러싸여서 사신다.  워낙 오래된 집이라 손 볼곳이 너무 많아 조금씩 허물어 지고 있었지만 빠듯한 재정이라 오랫동안 보수를 미루어 왔다.

작년 가을에 키티가 그녀 아버지의 고옥을 개조하는데 직접 나섰다.  재료값도 엄청난데 모든 공사를 비싼 인건비를 주면서 일을 시킬 여유가 없어서 큰일은 청부업자에게 맡기고 나머지 내부 수리는 손수 한다.  방 하나씩 수리하곤 허리 좀 폈다가 다시 다음 방을 고친다.  3층에 있는 도서관까지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는 아버지를 위해서 집안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낡은 전기시설도 바꾸면서 벽들과 바닥까지 온통 디자인을 변경하며 아예 새집을 만들고 있다.

키티를 도우는 중년의 흑인 남자가 있다.  사람좋고 잘 웃는 그는 키티 아버지의 정원을 돌보아 왔는데 본격적으로 키티의 오른손이 되어서 이집을 수리하는데 열심히 돕고 있다.  정부주택에서 평생을 가난하게 살고 있는 그들 부부는 매일 열심히 일을 해도 쨍하고 해 뜰날 못 만났다. 

올초에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한 낡은 고옥이 매물로 나왔다.  전세기 말에 유행했던 아름답고 특이한 조각이 새겨진 정면과 하얀 나무 울타리를 가진 귀여운 집이었다.  고옥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여러번 돌아보고 “우 와 아”를 번복했지만 손 봐야 할것이 많은 집이라 나는 한번 슬쩍 스쳐보고 지나간 집이었다. 

몇주를 생각하던 키티가 용단을 냈다.  검소한 생활하며 노후위해 알뜰히 모아온 저축을 통 털어서 이 집을 샀다.  고옥을 보존하고 싶었고 그녀를 돕는 흑인 정원사 부부에 대한 사랑도 깊었다.  그녀는 이 집의 열쇠를 바로 정원사 부부에게 넘겨줬다.  한번도 제 집을 가져 보지 못하고 방 하나의 정부주택에서 살아온 이 부부에게는 꽃을 가꿀 수 있는 아담한 정원이 딸린 방 3개의 독채에 살고 싶은 꿈이 이루어졌다.

정부주택에 내는 두자리 숫자의 월세만 받기로 하고 이들이 평생 살 수 있도록 이집을 마련해준 키티의 선행에 우리 친구들은 감동해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경제적인 여유가 많아서 베푸는 자선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줄여서 나눈 사랑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열쇠를 받은 날 오후 바로 이사를 한 이 부부는 무척 행복하다.  주머니가 비어서 허전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편안하다는 아름다운 천사를 친구로 갖고 있는 우리는 더불어 행복하다.  그리고 이렇게 주위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땅위 사람들의 세상도 천국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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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미씨님이 이 꽃의 이름을 알려 주었어요.  Passioon Flower이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