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이 여성의 달이라 여러 행사들이 많았다.  그중 한 대학에서 가진 프로그램, “They Are Too Sweet and Angelic to Reason: or How Women Got the Right to Vote in Alabama.”가 선거해인 올해 특히 내 발길을 끌었다.

앨라바마 북부에 있는 헌츠빌에서 온 Nancy Rohr씨가 시종일관 매혹적인 표정과 달콤한 목소리로 앨라바마 역사와 여성사를 재미있게 설명했다.  3백년 앨라바마 역사에는 남자들이 세운 견고한 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여성의 권리를 찾는데 분투한 맹렬한 여자들이 있었다.  자부심을 갖고 헌신한 약하면서도 강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늘 나를 고무한다.  둘러앉은 50여명의 사람들 앞에서 여성사의 힘들었던 과거를 동화처럼 풀어낼 줄 아는 그녀의 재치와 능력에 나는 감탄했다.

덕분에 여성이 미국 대통령도 하겠다고 나선 시절에 우리는 산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이곳 남부여자들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여성다운 매력 발휘와 가냘픈 아름다움에 숨긴 강철같은 의지를 부러워 한다.  여성의 달을 보내면서 그동안 내가 느낀 애교덩어리 남부여자들의 여러 기질을 생각해 봤다.

설탕을 녹인 목소리에 눈웃음을 띄우는 묘기나 사람관계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은 가히 신의 기술에 가깝다.  근사한 매너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만들어 가는 재주는 내가 아무리 연습해도 역부족이다.  상대를 비난할때도 워낙 부드럽게 표현하는 바람에 날카로운 비판도 반발심이 느껴지지 않게 한다.    

시선 끌길 좋아하고 호기심의 중앙이 되길 좋아하지만 남을 따스하게 배려할 줄 알고 절대로 이기적은 아니다.  북부의 지적인 젊잖은 옷색갈 보다는 밝은 무늬의 화사한 색갈을 즐기며 명쾌하게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  남의 흉은 재미있게 잡아도 자신의 일은 털어 놓지 않고, 나이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도 몸무게는 절대 아르켜주지 않는다. 

헤프게 수다하며 좀 어수선하게 보여도 속에는 날카롭고 전문적인 지식 가진 빈틈없는 마음이 있다.  처음 이들과 사귀면서 경박하고 좀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주위 사람들과 시시덕거리는 것을 보고 가볍게 봤다가 나중에 큰코 다친 적도 여러번 있었다. 

가족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깊은 종교심 갖고 전통을 중시하는 생활습성을 후대에  완벽하게 전수한다.  여성의 직감에 민감하고 필요하면 언제나 팔을 걷고 나설줄 안다.   지는 것을 절대로 싫어하는데 1865년에 북부에 진 것을 싫어하는 농담을 아직도 더러 한다.  그리고 싫다고 떠난 사랑은 구걸하지 않는다.  다만 매끈하게 보복한다.  어려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며 어떤 험악한 결과에 부딪쳐도 돌아서서 내일을 맞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스카렛 오하라가 피속에 흐른다.

지난 주말에 봄맞이 파티한다는 친구집에 가서 모인 20여명의 토박이속에 섞였다.   봄바람 따라온 비와 환성하는 꽃소리를 외면한채 남자들과 선거이야기에 열중인 남편을 떠나 웃음소리가 제일 요란한 한쪽에 모여앉은 여자들에 끼여 앉았다.

보조개가 특이한 78세의 노인을 중심으로 제각기 옛 남부인 조상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솜사탕처럼 풀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집안에 구두로 전해오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아무튼 남부여자들이 모이면 활기찬 대화는 끊임없이 쏟아진다.

3대 전 조상인 할아버지가 한집의 여자형제 3명과 차례로 결혼해서 아들을 주루룩 9명을 낳은후에 마지막에 딸을 낳았는데 자신이 바로 그 딸의 후손이라며 깔깔 웃는 노인에게 친척간의 호칭을 묻다가 모두가 깔깔 웃었다.  아무튼 남부여자들의 괴벽스럽다 싶은 유머감각은 어떤 역경도 견디는 힘이며 생활의 에너지이다. 

오랫동안 이곳 살면서 남부여자들의 빼어난 재치에 홀딱 반한 남편은 그들과 비슷하게 닮아가는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한다.  내 딸들에게도 이들의 좋은 재질을 물려주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가진다.  아름다운 도전정신을 가지고 여유롭게 삶을 축하할 줄 아는 인생을 남부여자들은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