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좋아하다 보니 뭐든지 극화된 것에 관심이 많다.  지난 토요일,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있는 Old Alabama Town에서 열린 Alabama Book Festival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앨라바마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불랙벨트 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 Union Springs에서 2004년에 초연한 연극이다.  깡촌인 시골에서 성장기를 보낸 소년과 그의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들인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30분정도 보여준 드라마의 단편에서 주인공 몇명이 자신들의 삶을 노래했다.  나름대로 자신에게 충실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았던 삶을 묘사한 가사와 남부의 질펀한 감정의 매혹적인 멜로디가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머물었다. 

그중에서 한 흑인여자가 젖은 눈동자로 애절하게 부른 영혼을 뒤흔든 가사는 내 가슴에 깊은 고랑을 팠다.  그녀는 출생기록이 전혀없어서 나이도 생일도 모르고 산다면서 자신을 찾고 싶다는 갈망을 호소했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었고 나이가 몇인지 알고 싶다는 절규는 그당시를 살았던 많은 흑인들의 공통의 아픔이었으리라.

공연이 끝난후 작가와 감독, 그리고 음악을 작사,작곡한 사람들이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특출한 이야기꾼들인 남부인들의 재능과 그들이 새롭게 생명의 의미를 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에 나는 늘 감동한다.

나중에 이 작품의 주인공인 작가와 따로 만나서 그의 끈질긴 고향찾기와 생활사 보존한 노력에 감사하고 궁금한 것들을 여쭈어 보았다.  사람은 나이들면 고향을 찾는다더니 요즈음 청년기에 타지로 떠나서 평생을 살다가 노년에 고향이라고 앨라바마로 돌아온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보니 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가 성장기에 알던 사람들이 모두 공동묘지에 갔거나 양노원에 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데 4-5년을 애쓴후 Conecuh People:  Words of Life from the Alabama Black Belt 라는 책으로 펴냈다.  모두가 그의 소중한 가족, 친지이거나 이웃이어서 그들의 이야기는 그의 가슴에 뭉클한 충동이었단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바로 이곳을 고향으로 삼은 나의 가슴에도 뭉클한 충동이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민와서 힘들게 적응하며 살았던 내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남부인들이 구술로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전하려는 노력을 존경했다.

다음 주말에 몽고메리에서 불과 ­­­­36마일 남동쪽에 있는 Union Springs에서 그곳 지역인들이 무대에 서는 이 작품을 꼭 보러 가리라 다짐한다.  앨라바마에는 지역인들이 공연하는 근사한 연극들이 있다.  Monroeville에서 하는  “To Kill a Mockingbird” 와  Tuscumbia의 “The Miracle Worker” 에 이어서 이제 내 목록에 Union Springs의 “Conecuh People”이 보태어 진다.

봄꽃 화사한 정원에 세워진 텐트들을 느긋하게 다니며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는 나같이 글 쓰길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자작시를 낭송하고 그 시를 쓰게된 충동을 설명한 시인이나, 강한 남부 억양으로 그의 신간에서 남부 사람살이를 재치있게 묘사한 구절을 읽어서 관객을 웃긴 작가, 그리고 남부여자의 매력을 화끈하게 발휘한 젊은 소설가, 그들의 글을 통해서 읽는 것보다 더 친근한 이야기를 들은 기쁨을 가졌다.  그리고 따스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