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의 에너지를 나누자고 했다.  서로 꽉 껴안아 주자고 했다.  상대의 심장이 뛰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 행복해 진다고 했다.  서로 사랑을 하자고 강조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주문에 나는 귀가 간지러웠다.

페기는 좀 유별난 친구이다.  색갈있는 자유로움을 좋아하며 그 표현도 색갈나게 왕창 시끄럽게 한다.  몇번인가 그녀의 집에서 하는 potluck에 오라고 했어도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더니 다시 이메일로 부탁해 왔다.  내가 주춤인 이유가 바로 불투명한  방문자들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7명의 여행객들이 2달에 걸려서 미국 전역을 돌고 캐나다를 방문하는 Love Tour를 한다.  이들이 애틀란타 공항에 도착해서 화려한 장식의 RV를 세 내어서 두번째 도착한 곳이 바로 몽고메리였다.  이들은 페기집 뜰에 RV를 세워놓고 반은 그곳에서 자고 반은 페기의 집안에서 묵고 있었다.

유엔기와 성조기가 달린 뒤뜰에서 나는 이 방문객들을 만났다.  영국,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스코틀랜드, 페루, 체코 출신인 이들 3-40대의 남녀 7명은 모두 밝은 표정을 가진 호기심 많은 여행객들이었다.  짙푸른 나무들로 감싸인 뒤뜰의 곳곳에 피운 촛불들이 가볍게 흔들렸다.  가벼운 대화에 어울리는 가벼운 분위기가 잡혀 있었다.  그러나 각자에 대한 호기심을 나눌때 웬지 작은 거부감같은 것이 내 속에 일었다.

나는 자유롭게 훨훨 다니며 여행하는 그들이 부러웠고 세상살이 책임과 근심없는 그들의 현실이 궁금했었다.  나처럼 페기 등살에 찾아온 케롤과 폴라도 이 방문객들과 가볍게 인사하며 좀 지루한 표정들을 감추지 않았다.  한 30명 모인 사람들 중에 낯익은 몽고메리의 Friendship Forces 클럽 회원들과 오히려 더 많이 수다했다.

뜰 한쪽에서는 작사.작곡도 하는 몽고메리 출신 음악가가 재즈풍의 노래로 가벼운 분위기를 더욱 가볍게 가볍게 휘감아 주었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지나서 페기가 정식으로 이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인사를 했다.  이어서 한사람씩 방문객들이 나서서 자신들을 소개했는데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들은 작년에 같은 목적으로 유럽을 함께 여행해서 좋은 느낌을 나누었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미국과 캐나다 각지의 사람들과 만나 사랑 나누기를 한다고 했다.  모두들 Global Humanity’s Movement멤버로 아름다운 취지를 소개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 라는 것을 세상사람들에게 일깨우고 지구환경을 돌보며 서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객들은 모두가 채식주의자들이었고 더러는 우유제품도 먹지않는 vegan 들인 완전 채식주의자들이었다.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유롭게 표현하면 웃을 일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 참선을 하듯이 마음의 평온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그때까진 그들의 취지에 어느정도 동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강조하는 사랑나누기 실천에 움칫했다.  낯선 사람들과 피부 접촉을 강조하는 바람에 내 속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때부터는 가슴도 머리도 도무지 따라 가지 않았다.  대서양같은 거대한 거리가 생겨서 서로가 서로의 가슴을 느끼는 순서는 절대사양 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두달을 여행하면 경비가 대단할텐데 싶었는데…한쪽 테이블 위에 놓은 헌금 상자가 눈에 튀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취지에 동의해서 주는 어떤 기부금도 환영한다고 했다.  60년대 히피도 낯설고 현대판 유럽 히피들의 사랑 나누기도 나한테는 어색했지만 그들이 즐거운 여름 여행하기를 바랬다.    

페기의 집을 빠져 나온 첫번째 도망자가 되면서 아무래도 한국서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낸 나는 가벼운 사랑 나누기 보다는 무게있는 삶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