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식구가 사는 미시시피 바닷가 작은 도시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곳에 온후 나는 친정엄마로 부터 매일 이 사건에 얽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언어도 서툴고 문화가 서툰 가난한 이민자들을 돕던 동양계 의사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의료보험이 없어서 의사 보길 거절당한 아픈 사람들에게 그는 지난 10년 신선한 해결사 였단다.

언젠가 켈리포니아에서 바람 피우는 남편에 속이 검게 탄 아내가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바다에 동반자살하러 걸어 들어 갔었다.  아이들은 죽고 엄마는 살아서 재판정에 섰을때 이 일본인 여자의 행위에 대한 많은 질문이 제기되었다.  계모에게 아이들이 구박받고 클것을 못견뎌한 일본인 엄마의 행위는 일본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었다. 

그당시는 나 자신도 이민 생활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나는 한동안 모국의 문화권을 벗어나지 못한 이민자의 고충에 같이 휘몰렸었다.  가슴이 아팠고 미국법정이 그녀의 배경을 고려해서 관대한 처벌을 내려주길 바랬다.  발령받아 해외로 이사 다니며 그후 그녀에게 어떤 판결이 내렸는지 늘 궁금했었다.

그런데 지난 달, 가난한 이민자들의 가슴을 울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곳은 특히 많은 월남계 이민자들이 자리잡고 살면서 새우잡이 배를 타는 곳이다.  태풍 카타리나후 더욱 많은 환자들이 월남계 의사에게서 질병과 통증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남동부 여러 주에서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많은 한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구속 뉴스는 특히 소수민족 사회에서는 굉장한 특보였다.  같이 일하던 의사인 그의 아내와 사무장인 동생, 그리고 그의 병원 옆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등 월남계 의료인들이 한꺼번에 모두 구속되었다.  연방수사국에서 일년에 걸쳐서 그들의 의료행위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들은 분명 미국법을 어겼고 신문에 대서특필된 그들의 죄목은 컸다.    

그들은 환자에 따라 적당히 진료하며 질병의 세부적인 철저한 검사를 요구하는 의료 절차를 외면하고 제한된 강한 진통제나 마취성 약품도 느슨하게 처방해 주었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pill mill” 이라고 소문났고, 이렇게 받은 약품들을 남용한 사람들이 약물중독으로 죽은 경우도 있었다는 보도였다.   

돈이 없는 이민자들에게 무료로 약도 주었고 진료비도 아주 저렴하게 받았던 그처럼 약사도 비싼 가격의 약품을 다른 약국보다 아주 싼 값에 주었단다.  문화차이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했던 월남 의료인들의 고충이 있었던 것같다.  1.5세 이민자들로써, 모국의 허술한 의료법에 익숙한 가난한 동포들의 애환을 함께 살아준 것이 바로 이들이 미국 의료법을 묵살하게 했다.  이민 2세들 이었다면 어림없었을 의료행위이다.

지금 그들은 교도소에서 엄격한 미국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의지했던 많은 환자들은 이제 새로운 방황을 시작한다.  의료보험 없어서 의사 찾기도 힘들지만 비싼 진료비를 물 처지가 되지 않아 더운 날씨에 병든 나뭇잎되어 시들하게 아픔을 견딘다.  대응책으로 이곳 바닷가 작은 도시의 보건소는 월남통역의 도움으로 그동안 그에게 의지했던 환자들을 돌보겠다고 나섰다. 

그들을 위한 탄원서를 내고 싶어도 서툰 영어에 미국법도 잘 모르는 가난한 이민자들은 가슴 졸일뿐 나서기를 겁낸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했지만 이 지역에서 그들의 존재는 무슨 의미로 남을까.  이민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또 동양의 후진 의료상황을 더 깊이 살았던 이들에게 자꾸 동정이 간다.  이번에도 그들의 인간적인 덕행을 감안하는 자비로운 법정과 인자한 판사의 가슴을 욕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