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를 비웠다 돌아온 집안이 이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개털과 고양이털이 펄펄 날아 다니지만 익숙한 살림살이 하나하나가 푸근함을 준다.  그러나 집안을 청소하면서 내가 가진 물건들의 양에 새삼 놀란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소유하는 물건들의 무게는 얼마쯤 일까?  살면서 주변에 모으는 물건들이 얼마가 적당량인지 궁금하다.  떠날때는 다 뒤에 남기고 떠나면서 왜 사람들은 악착같이 물건에, 소유물에 집착하게 될까.

작년 겨울 시아버지가 돌아 가신후 그가 살던 집은 비어 있다.  집안 가득 있는 살림살이는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매번 청소하러 켈리포니아로 갔던 남편은 집과 물건들에 얽힌 과거에 휘몰렸다가 번번히 그대로 돌아온다.     

몇 달전에 토네이도가 몽고메리 근처를 지나갔을때 많은 사람들이 청소와 복구에 자원봉사로 나섰다.  멕스웰부대의 군인들도 대거 참석해서 피해지역의 주민들을 도왔는데 이곳 공군부대에서 교육받고 있던 일본대령도 갔었다.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돌아온 그의 첯 탄성이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가구와 살림살이에 대한 비명이었다.  집의 크기에 상관없이 방마다 꽉 들어찬 살림살이의 많음에 그가 대단히 놀랐다고 했을때 간결한 일본살림에 견줄 수야 없지 했다.

어떤 세미나에 참석했을때 연사가 물었다.  손님을 접대할 접시세트를 한 세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2-4세트를 가진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니 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5 세트 이상 가진 사람들은 그 보다 훨씬 더 되었다.  그는 필요없는 살림살이를 축적한다고 청중을 꼬집었지만 계절과 음식따라 디자인과 질이 다른 접시를 사용하면 맛과 멋이 더 난다면서 6세트를 가진 나는 나름대로 합리화했다.

이곳 토박이 친구중 하나가 이사했을때 우리가 세월과 함께 모으는 살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다 치우고 자식들에게 뒷 청소를 맡기는 부담을 주지 말자는데는 모두들 절대 동감했다.  하지만 결국은 짐이고 장애물인 물건들에 얽힌 애착심 때문에 이사할때 선뜻 버리지 못한다며 우리는 웃었다.    

사실 이사 가지않고 한 집에서 16년을 사는 우리집안도 해외 근무 다니며 모은 살림살이들로 어지럽다.  찾아오는 친척들은 정신 사납다하고, 방문하는 친구들도 혀를 둘린다.  가끔 정리하려고 이방 저방 다니며 구세군에 기증할 물건들 골르지만 대부분 그저 들었다 도로 제자리에 둔다.  

이민 1세인 나는 어머니나 할머니대의 손때가 묻은 가구를 가진 것이 없어서 토박이 친구들의 집에 있는 그들 조상의 삶이 배인 가구들을 늘 부러워 했다.  그래서 훗날 딸들에게 물려주려고 한국 가구들도 모았다.  모국의 문화 유산에 내 생활의 흔적을 담은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을 건네 주고 싶은 바램에서다.    

그러나 사람의 무게가 머리나 가슴에 모아져야 할텐데 어쩌면 나는 눈에 보이고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물품들에 더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삶의 흔적인 추억을 되살려 주는 물건들에 끈끈하고 새롭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물건들을 꾸준히 욕심내며 모은다.

이제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어깨를 잡아 내리는 소유물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인 것을 배우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단순함에서 행복 느끼며 뜨거운 태양아래 반짝이는 바닷물같이 마음이 밝은 생활하고 싶다.  집안일에 매달리지 않고 이웃의 얼굴에 미소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자면서도 오늘도 내 무게인 살림살이의 먼지를 정성껏 털어낸다.  아직 내가 살아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