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사람들의 문화가 철철 배어나는 글을 쓰는 남부여자를 알게 되었다. 조지아에서 태어나고 앨라바마에서 성장한 그녀는 요즈음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를 왔다갔다하며 산다. 어번대학에서 신문학과을 공부한후 지난 30년 이상을 신문기자와 칼럼리스트로 활약하며 줄기차게 자신의 근본인 남부를 소개하는 Rheta Grimsley Johnson이다.
그녀의 글은 북부의 칼럼리스트 Ellen Goodman같은 정치성이 강한 냉철한 이지의 글이 아니고 평범하고 진솔한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다. 텁텁하고 구수한, 그녀와 가족 친지들의 생활을 가슴이 찡하게 묘사해서 기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그녀가 슬쩍 주입시키는 남부에서의 어릴적 추억을 읽을때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도 떠나온 내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느꼈다.
그녀가 쓰는 칼럼은 전국 70개의 신문에 실리고 이곳 몽고메리 신문에도 매주 실린다. 그녀를 통해서 나는 40-30년전의 이곳 생활상을 많이 알게 되었다. 평소에 재미있게 읽던터여서 지난 봄에 그녀가 몽고메리에 왔을때 일부러 찾아가 인사를 했다.
그녀는 글처럼 솔직하고 다정한 인상의 내 나이 또래였다. 꾸밈이 없고 덥수룩한 시골여자의 모습으로 닥아와서 수다쟁이인 나에게 자신을 열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눈웃음을 잘 짓는 그녀와 나는 글 쓰기의 즐거움과 도전에 대한 재미를 서로 나누었다. 까시없는 중년여자들의 편안함이 있었던 만남이었다.
이번에 그녀가 Poor Man’s Provence, Finding myself in Cajun Louisiana 라는 책을 출판했다. 지난 10년동안 루이지애나 늪지대에 살면서 그곳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이웃을 소개하는 글들을 모았다. 그녀가 매혹당한 척박한 늪지대는 아주 오래전에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정착한 곳이다. 그리고 1775년에 북부 Nova Scotia에서 밀려온 프랑스계 천주교인들과 프랑스 혁명후에 루이지애나로 피난온 프랑스인들이 합세한 지역이다.
미국대륙이 워낙 방대해서 특색있는 지역이 참 많다. 특이한 자연환경처럼 사회환경을 만들며 사는 주민들, 그들이 바로 지역의 특색을 만드는것 같다. 흔히들 이민 3세가 지나면 주류사회에 흡수 된다고 한다. 하지만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는 이 프랑스 아카디안 후손들은 대대로 약간 변형했지만 그래도 남부 어투가 가미된 불어를 많이 사용하며 선조의 문화를 독특하게 유지하고 사는데 유명하다.
이들은 늪지대의 천연조건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삶과 사랑을 음악과 춤, 야외활동, 그리고 그들 나름의 음식으로 적응하며 산다. 밖의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열성으로 고수하는, 주머니는 가볍지만 가슴은 풍성한 사람들이 많다. 그녀가 만나 사랑하게된 이웃들은 가난한 환경속에서도 재치와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울며 웃으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화사한 색갈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혹해서, 그녀는 이들속에 자신을 심었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의 삶에 자신의 성장기와 현재를 반주로 섞었다. 그리고 이야기꾼의 재능으로 후진 늪지대의 환경에 적응하며 억척같이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서 지극히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채치있는 언어로 경쾌하게 묘사했다. 그녀가 10년 생활에서 얻었다는 지혜와 우정을 나누어 받으며 지난 며칠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는 Cajun 사람들의 표면에 들어나지 않는 특성과 생활을 이해하고 그리고 민감하게 반응해서 한 몸이 되어 버린 그녀의 늪지대 생활이야기를 쓰면서 이제 동화같은 이웃들과 비슷한 자신을 찾았다. 남을 통해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며 행복해 한다. 이웃을 이렇게 사랑한다는 증언은 바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알므로써 가능한 일이다.
지난주에 몽고메리에 온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녀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했지만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남부생활의 교감으로 우리는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남부문화를 흠씬 적셔서 나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그녀에게 나도 한국의 아름다운 정서를 흠씬 적셔 주려고 한다.
*** 위의 사진에서 Rheta Grimsley Johnson 과 대화하는 사람은 Conecuh People 책을 쓴 앨라바마 작가 Wade Hall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