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 한인 사회에 근사한 일이 생긴다.  한인 수가 늘면서 한인회의 움직임도 겉치레가 아닌 본격적인 실속을 찾는다.  마침내 이곳에도 한인 회관이 정식으로 생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비지네스를 하는 한 한인이 한인회에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문을 얼마 전에 들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흥분 시킨 소문은 한인회가 한국에서 온 굉장히 많은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 슬쩍 들렀더니 한인회 이사장과 회장등 임원들이 회관 안을 정리하고 책장을 짜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비용을 절약하느라 직접 책장을 짜기로 했다면서 싱그런 전나무 판으로 날렵한 책장을 만들어서 양쪽 벽에 세웠다.  그들이 힘 들여서 책장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어떤 책들이 그 책장을 채울지 궁금 했었다. 

이곳 한인들의 문화 센터가 될 한인 회관이 생기는 일도 신나지만 우습게도 나는 그 안에 갖추어질 한국책 도서관에 더 신이 났다.  강남구청에서 미국 동포들에게 보낸다고 모아서 보낸 책들이 2,500권이나 애틀란타 한인회를 통해서 이곳 몽고메리 한인회로 넘어 왔단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따스한 모국인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인들이 많으니 여러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도서 분류와 정리를 한 경험이 있는 분이 앞장서서 책 정리를 할 자원 봉사자들을 모았다.  내가 갖고 있던 한국 책들을 들고 가서 보태고 나도 오늘 그들 속에 섞여서 책 정리를 했다.  어수선하게 섞여있던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종목별로 분류되어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얌전하게 책장에 정돈되어 가는 책들이 꼭 말 잘 듣는 아이들 같았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재잘거리던 한국어를 흘려 들으면서 나는 여러 생각에 몰렸다.  미국 와서 산 오랜 세월동안 이렇게 한인 회관이나 한국책 도서관을 보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옆에서 책을 정리 하면서 밝게 나누던 여자들의 웃음과 한국어 대화가 신기할 정도로 신선했었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나누던 끈적한 정이 부러웠다. 

한 엄마와 팀이 되어서 주로 어린아이들 책을 정리하면서 나는 다양한 제목과 작가들에 부러운 시선을 주었다.  자라면서 한국책을 읽어 보지 못한 내 딸들에게 미안함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서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을 아이들의 표정을 그려봤다.

 주위의 여러 한인들이 한인 회관에 필요한 가구나 비품들을 기부한다고 한다.  도서관이 정리되고 앉아서 쉴 의자가 준비되면 바로 문을 연다지만 성급한 나는 미리 정리된 책을 몇 권 빌렸다.  다운타운 도서관에 있는 한국책은 거의 다 빌려본 상태라 한국책에 좀 굶주렸는데 이렇게 한국책들을 맘껏 빌려 볼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근사한 일들이 이곳 한인 회관을 중심으로 일어 날 것 같은 기대로 슬슬 흥이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