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뉴스들 속에 묻혀온 한 기사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앨라바마 동부 오플라이카 시 주위에 있는 5 동물병원에 총 32 마리의 고양이가 새벽에 문앞에 남겨져 있었단다. 

모두 잘 돌보아져 왔던 건강한 고양이들인데 컨테이너이나 동물 운반기에 담겨져서 남겨진 이 고양이들은 각자 담겨진 컨테이너에 이름과 나이 그리고 건강기록까지 세밀히 첨부되어 있었단다.

암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이 고양이들(자식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 줄 시간이 없어서 맡긴다는 불운의 주인에 대한 소식도 있었다.  자신은 죽어가지만 제발 고양이들을 죽이지 말고 꼭 좋은 주인을 찾아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는 기사를 읽으며 나는 애처러움에 사로 잡혔다.

Miss R 이라고 이름을 남긴 그녀는 32번씩이나 각 고양이에 대한 같은 메시지를 손으로 쓰면서 작별을 했나 보다.  무너지는 가슴으로 깊은 정을 떼면서 울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그동안 어떻게 32마리나 키울 수 있었는지 또는 어떻게 일일이 고양이들의 이름을 기억했는지 궁금했다.  조금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한 마리 한 마리에 정이 들어서 아무도 떼어 놓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단연 고양이 왕국의 여왕 이었다. 

고양이들을 발견한 수의사들이 서로 연락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도움을 주기로 했단다.  현재 거의 모든 고양이들이 새 주인에게 입양되어 갔다는 좋은 소식도 있었다.  그리고 한 수의사는 이 고양이들을 입양하는 새 주인들에게 주사나 검진등을 할인해서 해준다고 나섰다. 

애물단지인 동물들과 밀접하게 살고 있는 나한테 이런 소식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 집에서 산지 15개월이 되었어도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하고 티격태격하는 개와 고양이 이지만 우리집에서 그들의 존재는 무겁고 대단하다.  내 하루 생활에 깊숙히 섞여 살고 있는 개와 고양이를 보면서 이런 기사를 읽으니 더욱 가슴이 저린다.

사람과 사람의 교제가 많이 단절된 생활에서 애완동물들의 존재는 중요한 역활을 한다.  그들은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주인의 기분을 이해 할 줄 안다.  나는 충복처럼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를 주는 동물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면 늘 안정감을 가진다.  이 동물 가족은 내 일상의 규칙을 지키도록 나를 도울 줄도 안다.  특히 나이 든 진돗개는 내 그림자여서 내 곁을 떠나질 않는다.  나는 나와 깊은 정이 든 이 오랜 친구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름이나 주소가 알려지지 않은 이 고양이 주인이 끔찍히 사랑했던 고양이 자식들이 각자 입양된 집에서 다시 무한한 사랑을 받기를 바랬다.  그리고 암으로 고통받으며 죽음 앞에 선 그녀에게 평안과 하느님의 따스한 은혜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