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모임에서 이곳 친구들과 동부 사람이 쓴 뒤떨어진 남부 환경에 대한 분분한 반발 의견이 있었다.  불쑥 한 친구가 팔을 번쩍 들고 “We dare defend our rights!” 라고 소리쳤다.  함께 깔깔 웃고 넘어갔지만 내 머리속에 한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앨라배미안들의 고집스러움이다.  앨라바마주의 좌우명이 ‘We dare defend our rights’ 이니 이곳 토박이들의 정신자세가 어련하랴.  남부 전통과 역사, 그리고 깊은 신앙심은 이곳 사람들의 관점의 줄자로써 만사에 대단히 중요한 역활을 한다.

앨라바마의 동맥인 IH 65번 도로를 따라 몽고메리에서 버밍햄 가는 길에 눈길 끄는 현상들을 보게 된다.  도로 변에 붉은 악마의 그림과 ‘Go to church or devil will get you’  라고 소리치는 선명한 문귀가 붉게 적힌 큰 사인이 있다.  처음 이 사인을 봤을 때의 놀라움도 세월이 지나면서 적당히 무디어 졌다.  거리마다 보는 교회들과 남부 침례교회의 막강한 세력에 내가 익숙해 지면서 였던것 같다. 

몇 년 전에 좀 더 북쪽 도로 변에 거대한 남부연방기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펄럭이자 내 속이 좀 거북했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남부인들의 고집이지만 눈에 까시인 이 남부연방기가 앨라바마의 변화에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되었다.  앨라바마 경제개발국의 맹렬한 해외 기업유치 노력 탓에 50이 넘는 나라에서 이곳에 공장을 지었다.  이곳에 온 많은 외국인들이 아직도 남부연방기를 휘날리는 이곳 사람들과 어떻게 한 세기의 차이를 조화해 나갈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불평을 했지만 역사기념관에 있어야할 이 연방기는 오늘도 변함없이 높이 달려서 펄럭인다.

그런데 얼마 전에 버밍햄에 가다가 “America, love it or leave it” 라는 사인판을 봤다.  푸르고 싱싱한 나무들의 소리에 섞인 이 냉정한 목소리에 놀랐다.  공감보다는 오히려 단절감을 주고 포용보다는 절대 거부 자세였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인종이나 종교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의견이 다르면 맹렬하게 서로 티격태격 한다.  어쩌면 민감하게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수선한 이런 사회환경 탓 일것이다. 

모두가 개인 소유의 땅에 전시된 메세지들 이지만 하루에 4만대 이상의 차들이 지나는 고속도로 변에 버젖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살고 있음이 머쓱해 질 때도 있다.  아무래도 앨라배미안들의 의식이 세계 수준으로 급변하기에는 역사의 굴레가 커쥬처럼 끈질기게 오늘을 잡고 얽어매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적절한 자세 알량하게 지키기 보다는 이렇게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유, 얼마나 근사한가.  앨라바마의 좌우명에 잘 어울리는 행위들이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정 반대의 행사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지는 것을 당연하게 본다.  아이러니컬하다 싶지만 반대 목적을 위해 활약한 역사적인 인물인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남부연방군을 이끌었던 롸버트 리 장군의 생일을 앨라바미안들은 매년 1월 같은 날 함께 추모한다. 

그리고 앨라바마주 정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국 50주 중에서 3번째로 휴일이 많다.  국가 공휴일에 몇가지 더 주 공휴일이 보태져서 주 정부 부서에 일하는 남편은 노는 날이 많다고 좋아한다.  2월에 있는 마디 그라스 휴일과 4월 네번째 월요일은 남부연방의 현충일, 그리고 6월의 첫번째 월요일은 남부연방의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의 생일로 경축한다.  특히 올해는 그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한 거창한 행사가 있었다.      

남부인들은 현 시대의 비판적인 안목으로 따지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조상을 섬길 줄 알고 역사를 존중할 줄 아는 극진한 사람들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사회질서 지키고 세금을 열심히 내면서 나도 보호하고 싶은 권리가 있다.  바로 이렇게 조상과 역사를 소중히 여기며 개인의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