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부터 퀼트를 배웠다.  퀼트는 특히 남부인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라 남부 문화에 깊숙히 자리 잡아 있다.  Gee’s Bend 퀼트들만 아니라 퀼트를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참 많다.  그들이 만든 생활이 배인 아름다운 작품들을 부러워만 하다가 올 여름부터 정식으로 배울 기회를 잡았다.

현대자동차 바람 타고 이곳으로 이주해 온 한 한인여성이 오랫동안 자신이 배우고 익힌 취미생활인 퀼트를 이곳에 사는 한인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몇 년째 성심껏 무료로 가르쳐 주는 그녀의 정성에 배우는 사람들은 신나게 최대의 기회를 즐기고 있다. 

매 주 기초부터 차근 차근, 바늘과 옷감을 만지는 자세를 배우고 여러 소품을 만들면서 그동안 눈치로 엉성하게 바느질했던 내 눈이 떠였다.  1인치도 되지 않는 작은 바늘로 입체감 있는 작품을 만들 때 마다 가지는 만족감과 감동에 손가락이 바늘에 찔리고 피가 나도 다시 바늘을 잡았다.

바늘에 늘 찔리는 손가락이 아파서 미국에서 파는 다양한 골무를 사용해 봤다.  하지만 작은 바늘의 감각을 따르기가 힘들어서 여전히 내 손가락은 불쌍한 처지였다.  지난 달에 올케가 한국에 나갔을 때 한국의 골무를 부탁했다.  올케는 내 욕심처럼 골무를 열 개나 사 갖고 와 주어서 요즈음 너무 큰 도움이 된다.

올해는 친정 식구들이 내가 만든 퀼트를 선물 받는다.  천을 고를 때 나는 식구 중에 누구에게 선물할 것을 미리 계획했고 그리고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며 그들을 향하는 내 사랑과 기도를 담는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워낙 걸려서 책 읽는 것도 뒤켠에 밀렸다.  그리고 일 끝난 후에 틈 나는대로 크리스마스 선물 할 퀼트에 열중한다.  이곳 사는 어떤 한인 여자분의 말처럼, 퀼트에 열심이다 보니 집 청소가 제일 먼저 내 눈밖에 나갔고 다음에는 남편 저녁해 주는 것도 자주 잊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올 크리스마스에 최고의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고 기뻐할 친정 식구들의 표정을 추측하면 슬슬 기분이 좋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미시시피 갔을 때도 나는 친정엄마에게 선물할 벽장식을 퀼트하느라 바빴다.  엉뚱한 짓 그만하고 성경이나 읽으라고 핀잔 주시는 친정엄마 옆에서 나는 꾸준히 바늘을 잡았다.  아무튼 친정 식구들은 많은데 짤라 놓은 천을 다둑이는 손길이 느리고 크리스마스는 바로 눈 앞에 닥아와서 요즈음 내 마음이 급하다.

어제는 퀼트를 배우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거나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들 사이에는 퀼트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들쑥날쑥 했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 여름 다운타운에 있는 Old Alabama Town의 전시관에서 가질 한인여성들의 퀼트 전시회에 대한 기대로 흥분했다.  이 전시회를 위해서 우리는 벌써 지역 문화 담당자들과 만나서 신문, TV, 라디오 방송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와  많은 지역인들을 초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 전시회는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공장을 지은 지 6년에, 이곳 지역인들에게 보여주는 한인들의 퀼트 작품 전시회라 벌써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의 전시회는 투박한 질감을 주는 남부의 퀼트문화와 다른, 섬세하고 우아함을 가진 동양의 퀼트문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동서 문화 교류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 남부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세우는데 한 몫을 할 것이다.

--- 몽고메리 근교에 사시는 미씨님들:  혹시 혼자서 퀼트나 다른 수공예를 하시는 분은 김순희씨 (334-221-4960) 에게 연락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더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