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 신분제도에 대한 무의식적인 집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근 급격한 사회변동과 경제발전에 힘입어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신분상승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하층계급에서 중산층으로 신분 상승 하는데는 적어도 3세대가 걸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 세대 안에서 3계급을 뛰어오르는 놀라운 신분상승이 가능했습니다.

어제까지 땅 파먹고 살던 농부가 신도시 개발로 수십, 수백억의 재산가가 되고 상류계급에 머리를 들여미는 데 까지 이르며 아무리 가난한 집안 자식도 꾸준히 공부하여 고시에 합격하거나 유학후 학위를 취득하여 사회의 지도급 인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은 이러한 신분상승 욕구와 관련이 깊습니다. 남이 잘 되고 잘 사는 것을 그대로 보아주지 못하는 것도 여기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이루지 못하던 신분상승이 영적인 측면에서 가능하게 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에서도 장로가 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확실한 기득권을 근거로 교회에서도 영적인 신분상승을 꾀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과 권력과 직분을 확보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못합니다. 한 단계 더 높은 인간으로 신분상승하는 길이 성경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성품상승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으나 죄로 말미암아 그 형상을 훼손당하였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회복은 성품상승 혹은 성품의 상향조정에 해당합니다. 하나님의 신성에 인간이 참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발상입니다. 그것은 사형수가 사형집행 직전에 사면되어 살아나는 것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입니다.

100년도 채우지 못하는 유한한 인생이 무한자로 등급이 격상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엄청난 일입니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상승이나 교회적 신분상승에 비교할 수 없는 인간의 업그레이드입니다.

이 놀라운 성품상승의 기적은 속사람의 새로워짐을 통하여 가능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인이 의인으로 바뀌는 기적입니다. 성품상승의 은혜로 말미암아 인간은 영원한 생명에 참예할 수 있게 된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참 하나님이시고 동시에 참 사람이시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예수가 단지 보통 사람에 불과하였다면 그리고 예수가 단지 인성만 가지고 계셨더라면 우리는 하나님의 신성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이 성품상승을 설명하려고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교리와 서방 기독론 교리와 자신이 창안해 낸 교리를 내세웠습니다. 인간의 신성화(神性化), 그리스도의 속성의 교류 및 즐거운 교환이라는 교리들입니다.

이 세 가지 모두가 죄인이 변하여 의인이 되고 죽을 인간이 영생하고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삼위일체 교리의 요지입니다.

김광식 전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