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6일

어릴적에는 나도 랄라만큼 몽실몽실 토실토실한 아기돼지 였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부터 살이 저절로 쪼옥쪼옥 빠지기 시작하더니 그후 결혼 할때까지 늘 46키로를 유지해 왔었다. 오랫동안 수영을 즐겨했었던 나는 울엄마 처럼 여성스러운 좁은 어깨 대신 넓고 탄탄한 어깨를 가지게 되었고, 여하튼 나의 넓은 어깨는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봤을때 허리를 대조적으로 가늘게 보여주는 일등공신 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신체적 미스테리중 하나는 얼마나 많이 먹은날도 잠만 자고 일어나면 개미허리처럼 가늘어 지고, 나왔던 배도 쏘옥 들어가서, 배가 나오기는 커녕 오히려 내 골반뼈가 배보다 더 튀어나와 있을 정도였다. 별달리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몸매라는 것을 유지하는 것이 그다지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특이 체질이였다. 특히 내 주위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다시피 나는 군것질 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홀쭉한 허리와 쏘옥 들어간 배를 가질수 있었던 것은 역시 레인소나타의 10대 불가사의중에 하나였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랄라를 임신했고, 임신 6개월까지는 귀여울 정도로 알맞게 불러나왔던 배도, 7개월 8개월로 접어들면서 버거운 싸이즈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임신기간중 체중이 대략 10키로가 조금 넘게 늘었었는데 만삭일때는 정말 매일 빌고 또 빌었다. '제발 배가 트지 않게 해주세요!' 정한수까지 떠놓지는 않았어도 일기쓰는 틈틈히, 잠자기전에 얌전히 두 손을 배위에 올려놓고는 계속 끊임없이 빌고 또 빌었던 것이다. 다행히 나의 소원은 이루워 졌고, 일단 임신 10개월 동안 나는 몸에 지진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가게 되었다.

드디어!

랄라가 세상구경을 하러 나온 날,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나는 출산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단 병원복도에 놓여진 저울로 향했었다. 그동안 얼마나 내 배가 홀쭉해 졌는지, 또 몸무게는 얼마나 빠졌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계산상으로는 총 10키로 중에서 랄라의 몸무게 3키로와 그밖에 양수와 태반의 무게를 빼면 적어도 6-7키로 정도는 빠졌어야 했지만, 웬걸 몸무게는 겨우 4키로 밖에 줄어있지 않았다. 으악! 아마 네다섯번은 또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했을꺼다. 스톰과 엄마가 나를 찾아 복도로 나설때 까지....

나의 출산과 산후조리를 위해서 우리 할머니랑 엄마께서 멀리 태평양을 건너 오신점은 너무나 감사했지만 한가지 지금도 악몽으로 남아있는 추억아닌 추억이 있다. 모유수유를 결정한 나에게 담당 의사와 간호사는 모유를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물만 충분히 섭취하면 된다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랑 엄마는 그런 거지 깽깽이 같은 소리는 없다며 무슨수가 있어도 내가 큰 국그릇 하나에 가득 담긴 미역국을 모두 먹을때까지 지켜앉아 계셨다.

정말 내가 못견뎌했던 건 바로 "아닌밤중에 홍두깨" 식사시간이다. 매2시간 마다 랄라에게 수유를 해야하는 나에게 두 분은 교대로 잠을 주무시면서 새벽2시에도 4시에도 변함었이 미역국과 밥을 나르시는 것이였다. 그때는 정말 미역국에 '미'자도 듣기 싫었고, 소나 돼지처럼 무지막지 먹어야 하는 내 자신이 비참하기까지 했다. 당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자기가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는 사람들이였으니까... 나중에는 너무 질려버려 엉엉 울면서 "제발 저 새벽에는 밥좀 주지 마세요... 토할것 같아요..." 라고 애원했는데 우리 할머니께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래, 그럼 밥은 안 줄테니, 미역국 만이라도 거르지 말고 모두 마셔라. 그래야 아기 젖을 먹이지"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칠순을 넘기신 할머니께서 준비해주신 국이였기에 정말 울면서 겨자먹기식으로 꾸역꾸역 모두 먹었다. 내가 그릇을 비워야지만 할머니께서도 안심하시고 눈을 붙이실수 있으셨으니까...

아마 그때 그렇게 미련하게 모두 다 먹지만 않았었어도 원래의 몸매로 돌아오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았을꺼다. 물론 지금 몸매가 싱글때와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무게만은 근접해졌다는 걸로 위로를 받으면 산다. 그래도 그렇지, 할머니 내 몸매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