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16일

랄라가 내 몸안에 있을때 부터 나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고, 책을 가까이 했다. 책이야 워낙 좋아하는 것이니까 늘 하던데로 하면 되었지만 이 노래라는 부분은 아직도 나에게는 취약점이기 때문에 힘 닿는한 예쁜 목소리로 부르려고 애썼지만 그리 쉬운일이 아니였다. 다행히 스톰이 기타를 치면서 좋은 노래들을 짧으면 1시간 길게는 3시간도 마다지않고 논스톱으로 불러준 덕에 나는 하도 웃느냐 주름살이 늘었고, 반면 우리 랄라는 귀가 즐거웠었을것이다.

부족한 노래 실력이지만 그래도 나는 동요부르기를 즐겨해왔기 때문에 임신중에도 주로 동요를 많이 불렀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You Are My Sunshine"은 나의 애창곡 중 하나였다. 랄라가 태어난 후에도 모유를 주는동안은 꾸준히 럴러바이를 불러주는 틈틈이 이 노래도 잊지않고 불러주었었는데 그때는 랄라의 이름을 넣어서 "Lala Is My Sunshine" 이라고 부르면서 듣는 랄라보다도 부르는 내 자신이 더욱 그 행복감아 젖어있었다.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When sky is all grey
You never know dear
How much I love you
Please don't take my sunshine away.

그리고는 시간이 꽤 흘러 이제는 이 노래를 예전만큼 랄라에게 불러주지 않게 되었다. 요즘 랄라의 애창곡은 Wigggles 의 "Toot Toot, Chugga Chugga, Big Red Car," "Look Both Ways," "John Bradlelum," "Wags The Dog, He Likes To Tango" 와 같은 빠르고 율동이 있는 노래들이여서 나도 함께 따라부르다 보니 예전에 즐겨 불러 주던 노래들은 본의아니게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동요 CD 한 장을 구입했는데, 거기에 "You Are My Sunshine" 이 수록되어 있었고, 어제 우연히 차 안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와 오랫만에 랄라에게 불러주었더니 갑자기 랄라가 나를 꼭 껴안으면서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러고는 이 노래가 끝날때 까지 나를 안고, 입맞춤 하는 동작을 쉬지않고 반복하더니 노래가 끝나자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했다. 백밀러로 우리를 지켜보던 스톰도 갑자기 쏟아진 랄라로부터의 허그와 키스세례에 의아해하면서 우리 모녀의 모습을 흐믓해 하였고, 나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랄라가 모유를 끊은지는 이미 1년이 훨씬 넘었고, 그 동안 나는 이 노래를 랄라에게 불러준 적이 거의 없었는데, 랄라는 이 노래에 담긴 사랑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렁거렸다. 갓 태어난 랄라를 내 품에 안고 꼬물거리는 손과 발을 만지작 거리며 불러주던 이 노래를 이제는 랄라가 나를 살포시 안고 함께 흥얼거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난 정말 믿겨지지 않아서 한참동안 랄라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