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23일

연어가 올라왔다는 소식을 낚시친구로 부터 전해들은 스톰은 설레임과 기대감에 부풀어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서 우리는 연어를 만나러 짐을 꾸렸고, 이번에는 랄라가 잠든 저녁 시간을 택해서 호수로 향했다. 낚시대랑 간의의자 두개는 신혼때 부터 늘 차에 비치해두었기에 따로 챙겨갈 필요가 없었지만, 저녁으로 대신할 컵라면 두개, 찬 밥 한공기, 밑반찬, 따뜻한 보리차, 커피믹스, 브루스타, 주전자, 생수, 도너츠, 과자, 박하사탕, 껌 등은 좀더 아늑한 밤낚시를 즐기기 위해 꼼꼼이 챙겼다.

한시간 반 가량을 달리자 어느새 하늘에는 초승달이 비스듬이 고개를 내밀었고, 호수를 따라 뿌우연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눈에들어오기 시작했다. 랄라가 아직 잠이 안 들었기에, 나는 스톰을 미리 호숫가에 내려주고, 낚시를 시작할 준비를 하도록 한 뒤, 차를 몰고 호수가 근처의 한가한 길거리를 달렸다. 다행히 랄라는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여유의 미소를 머금고 스톰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랄라에게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고, 뒤 트렁크를 열어서 라면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깥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스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커다란 캠핑용 이불을 꺼내서 차의 뒷문과 연결해서는 커텐처럼 늘어뜨려 놓았다. 마침 내가 가지고 있었던 손수건으로 이불의 한쪽 귀퉁이를 문의 손잡이와 연결시켜 놓으니 훌륭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해놓고 보니, 파스텔 톤의 이불 색깔과 우리차의 실내등이 어우러져 은은하면서도 아늑함이 우리주위를 포근히 감싸주었다.

간이의자 두개를 나란히 펴놓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을 먹고 있자니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며 스톰과 나는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라면을 다 먹고, 싸왔던 찬밥 까지 라면국물에 말아먹은 스톰은 배가 부르다며 기지게를 피웠고, 나는 커피와 보리차를 번갈아 마시면서 달콤한 도너츠를 즐겼다. 그렇게 허기를 잠재우고 낚시에 몰두하게 되면서 우리는 낚시대를 한번 바라보고 호수의 적막함과 어울러 한층 가까이 느껴지는 밤하늘의 별들을 한번 올려다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다리를 쭈욱 뻗고, 스톰과 함께 같은 담요를 나눠 덮고는 간이의자에 등을 기대앉아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니, 사춘기 시절 좋아하던 알퐁스도데의 "별" 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스테파네트와 목동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회상하며 다시한번 이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는 참에 차안에서 Flora Purim 의 Dindi 가 흘러나왔다. 아~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별이 빛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