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6일

얼마전 부터 먹고 싶던 만두전골을 드디어 먹으러 갔다. 맛있게 하는 집인데, 식당이 좁아서 지난번 랄라와 함께 갔다가 스톰과 나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나온 곳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가자 가자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 왔었는데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만두, 떡, 김치, 우동, 야채가 들은 맛있는 만두 전골이 자글자글 끓고 있고, 먹음직스럽게 담긴 겉절이 김치를 보니, 먹지 않아도 벌써 부터 배가 불러 왔다.

그러기를 잠시... 내 귀에 자꾸 거슬리는 한 어린아이의 말소리가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10살 정도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매번 주문한 음식이 나올때 마다 함께 온 엄마, 아빠에게 영어로 아니꼬운 말들을 연거퍼 쏟아붓는 것이였다. 처음에는 자기는 이런(한국)음식은 먹기 싫다고 하고, 전골 냄비를 올려 놓기위해 간이용 가스렌지를 가져온 아줌마에게는 왜 한국인들은 이런 "stupid" 한걸 가져와서 음식을 만드냐고 하고, 정말 듣자 듣자 하니 내 속이 거북했다. 그런 무례한 언행을 영어로 일삼는 아이에게 부모는 한마디의 꾸중도 없이, 마냥 귀엽다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녀석이 외국인이였다면 내가 백보 양보해서 한국에 대한 식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치고 눈감아 줄수도 있겠다. 하지만 들어보니 녀석은 한국에서 있다가 여기로 조기유학을 온 듯 하고, 같이 앉은 엄마, 아빠가 계속 한국말로 이야기하는데도 혼자서만 영어로 빈정거리며 마치 자신은 김치조차도 먹어본 적이 없는 듯이 유난히 한국음식에 대한 생소함을 큰 소리로 떠들며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이 몹시 불쾌했다. 아마 '꼴불견' 이라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생겼을꺼다.

나도 아이가 있고, 나도 외국에서 살아가기에, 언젠가 랄라가 한국어 보다는 영어가 쉽다고, 영어를 선호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언어를 더 잘 구사하는가를 떠나서 한국인으로써 모국의 문화를 욕하거나 특히 감사히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비하하는 아이로는 정말 키우고 싶지않다.

영어를 잘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다고 믿는 부모의 사고가 아이들에게는 영어만 잘하면 어떤 식의 말을 하던 자신은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게 만드는 건 아닐까? 나아가 영어권의 문화는 세련되고 발전된 것이고 한국의 것은 낡고 값어치 없는 것이라는 위험한 가치관까지 만들게 되는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외국어를 강요하기 전에 바르게 살아갈수 있는 삶의 자세를 가르치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마음가짐과 우리나라의 문화 그리고 타민족의 문화까지도 열린 사고로 함께 이해하고 존중할수 있는 교육이 더욱 중요시 되야 한다고 믿고 소신껏 실천할수 있는 우리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