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10일

새벽 3시47분.

랄라가 갑자기 일어나서 뜬금없이 빵과 쥬스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비몽사몽간에 걸어나가 쥬스 한 잔을 따르고, 식빵 한 장을 꺼내 접시에 담아 들어가려는데 그 사이를 못참고 랄라가 따라나왔다. 그러더니 거실에 놓여있는 장난감 전화를 들며 전화를 한다기에 누구한데 하냐니까 "마마" 한데 한다고 한다. (참고로 아직 랄라는 할머니라는 말을 못해서, 마마가 할머니라는 뜻이고 파파는 할아버지를 뜻한다.) 그래서 일단 그럼 방에가서 걸자고 하고 방으로 유인했다. 아직도 잠에 취한 나는 이렇게 맥을 못추고, 아무런 생각을 못하겠건만 어찌 랄라는 이 한밤중에 이리도 먹고 싶은거, 마시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모두 생각하고 또렷이 행동할수 있는걸까?

여하튼 그나마 거실에 남아서 놀자고 안하는 것을 위로로 여기며 같이 방안으로 들어 갔더니 이번에는 아빠 엄마 둘다 자기랑 쥬스 마실때 "짠" (건배) 을 하자고 한다. 으악… 스톰이 사이드 타이블에 올려놓은 야옹이 사진 미니 액자 두개를 집어들며 나한데 하나 들려주었다. 다행히 방이 어두워서 랄라는 그게 컵 대용품인지 까지는 분별할수 없었다. 새벽 4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스톰과 나는 랄라가 쥬스 한컵을 모두 마실때까지 꼼짝 못하고 앉아 수없는 짠을 함께 나눠야 했다.

그러더니 빵을 한 입 떼어 먹다가 갑자기 발렌타인(랄라가 항상 같이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인형)을 스톰한데 갔다주더니 "똥" 하면서 발렌타인 엉덩이를 스톰 코에다 밀어주었다. 스톰이 넉살좋게 "아퓌 --- 냄새, 발렌타인 똥쌌구나" 하면서 발렌타인을 나한데 건네며 "엄마도 한번 맡아보세요" 하는데 참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스톰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스톰은 "빨리 맡아봐" 하며 재촉까지 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깬 잠' 하고 발렌타인 엉덩이에 코를 데고는 손을 흔들며 "으아 --- 랄라야, 너무 강력해!" 하고 엄살을 떨었더니 그 모습을 보던 랄라는 좋다고 웃었다. 그러더니 곧 옆에 있는 장난감 전화기를 귀에 데고 엎드려 누워서는 1분도 채 안되서 잠이 들었다. 아… 난 정말 이런일이 있는 새벽에는 랄라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그건 아마 스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엄마,아빠의 아리송한 마음을 랄라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