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6일

정말 오랫만에 글을 쓰려니 왠지 쑥스럽기까지 하다. 두 달정도 여유있게 한국에 다녀오려했던 계획이 개인적인 이유로 스케줄에 변경이 생겨서 빨리 귀국하게 되었다. 무슨 첩보 영화의 한장면 처럼 새벽 2시경에 걸려온 스톰의 전화를 받고 딱 이틀만에 부랴부랴 짐을 꾸려 다시 출국길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가족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내가 랄라를 데리고 여행을 하면 너무 힘들까봐 이곳까지 함께 동행을 해주시기로 한 울 엄마의 사랑과, 막바지 짐꾸리기를 도와주기 위해 한밤중 까지 내일처럼 뛰어준 선주언니의 사랑과, 말썽꾸러기 랄라를 나 대신 돌봐주신 우리 장위동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그래도 중요한 일들을 이틀만에 마무리 짓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몸이 안 좋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거의 병원에만 왔다갔다 하느냐 한 달 가량을 모두 소비해 버린지라 11월에 들어서면 만나고 싶었던 분들과 약속도 잡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봐야 겠다고 막 마음먹었던 순간, 스톰으로 부터 연락을 받고 하는수 없이 아쉬움과 미련만을 뒤로한 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공항으로 옮긴것이다.

오늘이면 귀국한지 1주일째 인데도 아직까지 완전한 시차적응으로 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걸 보면, 랄라를 동반한 이번 여행이 쉽지는 않았던것 같다. 며칠동안 바깥 공기도 한번 안 쐬이고 낮에는 자고 밤이면 풀이 죽어 있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이부자리를 박차고 아침에 스톰을 회사까지 바래다 주러 나섰다. 싸늘한 바람과 함께 가을비가 치덕치덕 내리는 아침. 창문을 열고 한달 남짓 잊고 지내던 청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의 일상으로의 귀향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