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16일

이사와서 약 1년 8개월 동안 랄라를 데리고 수 없이 찾았던 놀이터다. 처음에 이곳을 찾았을때 랄라는 막 아장아장 걸을 무렵이였고, 그때는 혼자서 미끄럼틀에 오른다는건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였다. 그래서 내가 항상 낑낑 거리며 미끄럼틀 앞까지 들어서 올려주고 내려주고 하면서 진땀을 뺐었는데...

이제는 못 올라가는 미끄럼틀이 없고 놀이터의 모래사장 위에서 마구 뛰어다녀도 좀처럼 넘어지는 일도 없다. 그네를 탈때도 자꾸 높이 높이를 외쳐서 내가 보기에는 거의 150도 정도는 되보이는 각도로 그네를 타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서워 하기는 커녕 까르륵 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웃을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랄라는 이제 이 놀이터에서 두번째의 가을을 맞게 되었다. 작년에는 아직 어려서 낙엽속에 파묻히는 낭만을 모르더니만 올해는 쌓여있는 낙엽더미 위에서 점프도 하고, 앉아서 머리위로 나뭇잎을 던지며 놀기도 하고, 미끄럼틀 밑에 깔려있는 낙엽을 쿠션삼아 일부러 낙엽위에 엉덩방아를 찢는 익살스러움도 있다.

무더운 여름 랄라와 함께 모자를 눌러쓰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나눠먹기도 하고 랄라의 모래장난 파트너로 놀아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시던 Frapuccino의 달콤함과 시원함이 아직도 혀끝에 맴도는데 어느새 11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손에 파아란 벙어리 장갑을 낀채 손잡이를 꼭 잡고 그네를 타고 있는 랄라의 야무짐 속에서 다시한번 아이가 크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