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25일

오늘 아침 비행기로 엄마가 약 한 달간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다 한국으로 떠나셨다. 새벽에 일어난 랄라는 시종 싱글벙글 웃으면서 엄마가 수속하실때도 꼭 할머니 품에 안겨서 떠나지를 않았다. 내 생각에 랄라는 아마 우리 넷이서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갈거라는 생각에 제법 들떠 있었으리라 본다. 그렇게 좋아서 공항을 열심히 뛰어다니던 랄라는 엄마가 검색대열에 줄을 서달라는 안내를 받았을때도 당연히 우리 모두 같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공항 안내원이 우리 앞으로 와서 함께 출국하는 거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하자 "그러면 이 줄 뒤에서 배웅해 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고 그제서야 랄라는 지금까지 생각해온 시나리오가 아니라 마마(할머니)만 가실수 있다는 현재상황을 파악하기에 이르른 듯 했다.

그러더니 그때 부터 갑자기 "마마! 마마!" 하고 외치면서 눈물을 쏟더니 급기야 유모차를 온 몸으로 흔들면서 할머니 한데 갈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엄마도 참으시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차마 랄라를 뒤로하고 못 들어가시겠던지 몇차례 다시 오셨다가 탑승 시작 시간을 넘기고서야 들어가셨다. 주위에 계신 분들도 (국적,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안스러이 랄라와 엄마를 지켜 보셨다.

내가 랄라에게 할머니께서 왜 가시는지 차분히 설명을 해준 뒤 할머니께서 다시 랄라를 보러 오실꺼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야무지게 "마마 바바이!" 하고 작은 손을 흔들었다. 아직 어려서 헤어짐의 슬픔을 말로 표현할수 없는 랄라이기에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더욱 진실되 보인다.

랄라의 슬픔을 잠재우느냐 나의 아쉬움은 공식화 하지도 못한채 공항 주차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