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26일

피천득 씨의 "인연" 이라는 수필집에 보면 딸 서영이를 향한 부정이 듬뿍 담겨져 있다. 그중에서 "서영이와 난영이" 라는 수필이 있는데 그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딸에대한 애틋한 사랑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수 있다. 여행중 작가가 뉴욕의 어느 유명 백화점에서 구입한 파란눈에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이 인형을 그는 짐 속에 넣는것도 꺼려해 자신이 직접 데리고 탑승했다는 이야기도 적혀있다. 이 인형을 작가는 동생이 없는 서영이를 위해 "난영이"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서영이" 에게 "난영이"가 있다면, 스톰과 레인소나타의 외동딸 "랄라" 에게는 "민순이" 가 있다. 난영이 처럼 유명 백화점 브렌드도 아니고 고가품은 더우기 아니다. 옆집에 사시던 Sue 아주머니께서 랄라가 태어난지 백일도 되기 전에 너무 착하고 예쁜 베이비라며 동네 문방구에서 선물로 사다주신 이 인형은 우리집으로 온날 밤 스톰이 손수 작명하여 "민순이"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랄라는 발렌타인만 이뻐하고 민순이는 들여다 보거나 몇 번 안아보는게 고작이였는데 요즘 들어서 민순이를 사진처럼 아기 이불 위에 올려놓고 이불도 덮어주고 우유도 먹여주고 어쩔때는 손으로 가슴을 다독여 주면서 나잇나잇 하면서 잠도 재운다. 우리 랄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민순이는 요즘 이불위에 누워서 그것도 추울까봐 히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차지하고는 아주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나도 가끔은 민순이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