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1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다. 잔뜩 흐린 하늘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서운하기도 했을법한 요즈음, 겨울비가 주는 차분함이 있어서 좋다. 어젯밤 잠들무렵 혼자서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언제든지 책 뭉치를 들고 내가 좋아하던 Prince Book 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구경하고 유난히 예쁜 일기장을 팔던 코너에서는 오랫동안 어느것을 고를까 머뭇거렸던 그 때가 어찌나 그립던지...

아는 분 한데 책 한 권을 받아놓고는 아직 표지만 바라보고 있다. 제법 크기도 크고 묵직한 이 책은 내가 관심있어하는 Human Development 에 관한 학부과정 텍스트북으로 쓰이는 것이다. 전해 받은 날은 어찌나 마음이 들뜨던지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데 어제는 랄라와 플레이그룹에 다녀오고 보니 너무나 피곤해서 책에 눈을 돌릴수가 없었다. 정말 폼 잡고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오늘 내리는 이 비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천천히 한 장 한 장 서두르지 말고 시간 나는 데로 읽기 시작하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한 기분...

다시한번 감은 머리 둘둘 말아 얹고 익숙한 곳에 편안히 앉아 시간적 구애없이 책을 읽고 싶다. 오늘 내리는 비는 유난히 내 가슴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