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19일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일때도 나는 유난히 랄라의 발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아가들의 작은 얼굴안에는 그보다 더 작은 눈과 코와 입도 있고, 갸날퍼 보이는 손가락도 있지만, 나에게는 랄라의 발 만큼 사랑스러운 곳이 없다. 태어날때는 유난히 작은 발을 가지고 태어난 랄라이지만 점점 젖살이 오르면서 통통해 지는 발을 볼때마다 얼마나 대견하던지...

첫돌 무렵 까지만해도 랄라의 발은 비단결 처럼 곱고 보드라워서 만지고 있으면 내가 저절로 잠이 쏟아지고는 했다. 그런데 점차 걸음마의 달인이 되어가면서 신었던 양말을 이쪽 저쪽으로 벗어던지기 시작하더니 발이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지금 두 돌이 지났지만 양말신기 싫어하는 버릇은 아직도 여전하다.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미끌미끌한 양말이 거추장스러운 건지 알길은 없지만, 예전의 비단결 같은 발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려 내 맘이 더 안타깝다.

그런 내 마음을 지난번 엄마가 오셨을때 말씀드렸더니 예쁜 토끼 슬리퍼를 랄라에게 선물해 주시고 가셨다. 이 슬리퍼를 랄라에게 신도록 하는 데도 거의 두 달이 걸렸고, 이제는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슬리퍼를 찾아 신고 다니곤 한다. 슬리퍼를 신고도 여전히 바삐 돌아다니고 놀기때문에 어쩌다 무릎위에 앉혀놓고 랄라의 슬리퍼를 벗겨보면 그안에는 따끈한 발이 들어있다. 가끔은 땀이 묻은 발이기도 하지만... 나는 랄라의 오밀조밀하게 생긴 발, 꼼지락 거리는 작은 발가락, 반들반들 빛나는 발등을 볼때 마다 마음이 따뜻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