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15일
우리 랄라를 키우면서 스톰과 나는 몇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소신껏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중의 하나는 랄라에게 활동하기 편하면서 경제적인 옷을 구입해주자는 거다. 비싼 고급 브랜드의 옷을 아이에게 입혀놓고 아이가 혹시 놀다가 옷을 망치면 어떡하지, 먹다가 뭐 흘린게 안 지워 지면 어떡하지 하고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드는 것 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랄라는 우리의 마네킹이 아니기에, 아이가 편안하게 입고 맘껏 뛰어 놀수있고, 흙이 좀 묻어도 김치국물이 튀어도 그냥 부담없이 빨아서 입힐수 있는 옷이 좋다. 설사 얼룩이 남더라도 랄라가 놀다가 남긴 흔적쯤으로 받아드릴수 있는 가격대의 옷이 이상적이다. 아직 철없는 아이에게 '아휴~이게 얼만데...' 하는 넋두리를 하는 부모이고 싶지 않기에, 우리는 계절마다 랄라에게 맞는 옷들을 아울렛이나 중고 아동복 가게에서 주로 구입해왔다.
아이는 아프고 나면 부쩍 큰다는 어르신들 말씀을 수족구 + 감기 를 앓고 난 뒤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랄라를 보며 떠올린다. 근래 랄라에게 옷을 입혀보다 목둘레가 너무 좁아져 입힐수가 없기에 따로 정리해 둔 상의만도 몇가지가 되고, 바지 길이도 발목을 덮던것이 어느새 껑충해 져 버렸다. 내 감기만 좀 진정되면 조만간에 랄라 옷을 사러 나가야지 하며 머뭇거리던 사이 랄라의 키는 제크의 콩나무 처럼 쑤욱쑤욱 자란듯 싶다.
오랫만에 찾아온 영상 3도의 푸근한 날씨에 용기를 얻어, 랄라의 꼬까옷 쇼핑에 나선 나. 예전에는 백화점에 들어서면 내 옷, 내 신, 내 가방, 내 머리핀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 하지만 지금 나의 머릿속을 매우고 있는것은 랄라의 몸치수와 발 싸이즈가 전부다. 혼자서 꼼꼼히 고르고 또 고른뒤 가격을 지불하고 옷 봉투를 조심스레 건너 받을때 마다 점점 더 가벼워지는 나의 발걸음을 느끼며 나에게 이런 소박한 기쁨을 선물해준 랄라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