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21일

작년 여름부터 랄라는 기차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마 우리가 저녁 식사후 매일 2시간씩 걷던 산책로 위에 놓여진 기찻길을 보고 나서 부터인것 같다. 그뒤로 가끔 장난감 가게를 가면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기찻길 옆에 웅크리고 앉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칙칙폭폭"을 연발하곤 하였다. 스톰과 나는 그때마다 슬쩍 진열장에 놓인 나무로 만든 기찻길 세트를 하나 집어 보고는 했는데 그만 가격표를 보고는 놀라서 다시 내려놓기에 바빴다.

유아원에 가던 첫 날, 우릴 랄라를 사로잡았던 것도 다름아닌 기찻길이였다. 교실 한켠에 마련된 기차놀이 공간에는 기다란 기찻길 뿐만 아니라 터널까지도 마련되어 있었고,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가진 기차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눈이 둥그래져서 기찻길로 뛰어가는 랄라를 보며 나는 앞으로 아이가 이곳을 좋아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고,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첫인상은 쉽게 잊혀지지 않듯이, 유아원=기찻길 이라는 이미지가 랄라에게는 퍽 인상적이 였을듯 싶다.

그렇게 랄라가 기차에 관심을 보인지 약 10개월 만에 드디어 우리 랄라에게도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기찻길이 생겼다. 우연히 들어갔던 가구점에서 시중 판매가의 절반가격으로 판매 하는 것을 본 스톰이 봄맞이 이벤트로 랄라에게 화끈하게 한 방 쏜 것이다. 주말 내내 스톰과 나는 밤낮으로 랄라의 기차놀이 친구를 해줬던터라 아직까지도 귀에서 "칙칙폭폭" 의 환청이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