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20일
약 두 달만에 차분한 아침을 열면서 컴 앞에 앉아본다.
이사갈 집을 계약한 뒤 아직 몇 달이 남았건만 마음만 술렁거려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던 나.
침대에 누우면 집안 구석구석을 어떻게 예쁘게 꾸며놓을까 나름데로 아이디어를 짜보기도 하고, 스톰과 불쑥 차를 몰고 새로 이사갈 집 주위를 열번도 넘게 돌고 또 돌아보기도 하고, 혹시 우리가 잘못 산거는 아닐까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인터넷 부동산 싸이트와 신문을 검토하며 마음을 쓸어내리기를 몇 번... 그렇게 시간이 멈춰버린듯이 더디게만 느껴지던 나날들이 흘러 어느새 새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한지 6일째를 맞이한다.
우리가 결혼 4년 반만에 장만하게된 마이홈은 아담하면서도 쓰임새있게 설계된 정이 가는 집이다. 이 집은 내가 집을 보러다니기 시작하면서 정확히 50번째 본 집이자, 마지막으로 본 집이기도 하다. 그때는 아직 눈이 뒷뜰을 가득 덮고 있었던 겨울이였지만 나는 남쪽을 향해 나있는 창을 가진 넓직한 부엌과 동남쪽에 위치한 창문에서 부터 침실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좋아서 이틀 동안 세 번씩 이나 찾아와 오전, 오후, 저녁에 따라 해가 어떻게 드는지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실내를 꼼꼼히 둘러보고 결정한 집이다.
스톰 말에 의하면 이 집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집이다!" 하고 느꼈다고 한다. 우리 눈에 좋으면 남의 눈에도 좋은것이 당연하듯이 매매가 이루어진 날은 복수입찰이 들어와 끌고 당기기를 반복하다 결국 스톰의 뚝심으로 약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서야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된 집이다. 약 4시간동안 이어진 뜨거운 경쟁뒤에 우리품안에 들어온 집이지만, 그만큼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이라고 생각하니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난뒤 기쁨은 두 배로 커졌다.
그 날 밤... 커다란 보름달은 하늘을 메우고... 스톰과 나는 서로를 보면 웃었다. 왜냐면 우리는 보름달과 함께 시작된 소중한 추억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스톰이 나에게 프로포즈를 한 날도 탐스런 보름달이 뜬 밤이였고, 결혼을 한 뒤 부모님과 가족들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온 날 처음으로 단 둘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던 날도 보름달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랑스런 랄라를 출산하러 병원으로 자정넘어 달리던 그 날은 평생 잊지못할 어마어마한 크기의 보름달이 드리워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축복받은 기분으로 두 달 남짓을 설레임으로 잠을 설쳤고, 드디어 지난주 수요일에 이사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비추는 우리집. 뒷뜰에는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이 시원한 우리집. 랄라가 마음데로 뛰어놀수 있는 우리집. 스톰과 내가 가꿀수 있는 텃밭이 있는 우리집. 이사오던날 너무 기뻐서 날 울게만든 우리집.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기를 하는 바램으로 마련한 소중한 우리가족의 첫 번째 마이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