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23일

솔직히 말하면 결혼 후 랄라가 태어날때 까지 단 한번도 스톰 양말을 손수 빨아서 세탁기에 넣어 돌린적이 없다. 물론 내 양말도 마찬가지. 그냥 세탁바구니에 있는 세탁물을 할수없이 해야하는 일이려니 생각하고 무덤덤하게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어 돌린것이 전부. 하지만 랄라가 태어나면서 부터 아이 옷을 따로 빨고, 또 턱받이에 묻은 떼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부터는 자연스럽게 빨래비누로 애벌빨래를 하게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번 비벼 넣은 빨래와 그렇지 않은 빨래의 뽀사시의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오게 되었고 그 뒤부터 조금 시간이 더 걸려도 랄라옷은 필수고 스톰 양말까지 손빨래를 한 다음에 세탁기에 넣어 빠는걸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러기를 이제 어언 2년 반 넘게 하고 있나보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손으로 비비니까 훨씬 떼가 잘 지는것 같아서 무식하게 고무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비벼 빨았다. 그리고 카펫트 아파트에서 하드우드 아파트로 옮겨오면서는 이틀에 한 번씩 걸레질을 했더니 2년쯤 되니 서서히 내 손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옛날에 어느 잡지에선가 서정희씨가 쓴 인테리어 관련 기사에 나온 그녀의 손 사진을 보고 '와~ 얼굴은 굉장히 이쁜데 손이 거세게 생겼네...' 하고 의아해 하던 내가 이제 남의 말할 입장이 아니게 된것이다.

그래서 이제 꼭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손빨래를 하고, 걸레질을 하기 시작한지 약 6개월 정도 지난듯 하다. 고무장갑도 쓰다보니 한 2개월 정도 쓰면 고무가 늘어나서 새것으로 교체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고, 그렇게 지금까지 한 3번정도 새 장갑을 개봉한 듯 싶다. 그런데 새집으로 이사오기 며칠 전 이불이며 옷이며 빨래가 유난히 많던 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봉해서 약 두 달 남짓 써온 고무장갑의 두번째 손가락 부분의 고무가 너무 많이 써서 마모되고 헐어버려 저절로 짤라져 나간 것이다. 빨래를 열심히 비비고 있는데 찌-익 찢겨져간 싹둑잘린 고무장갑을 보고 있자니 왠지 눈물이 핑 도는것이 영 기분이 씁쓸한거다.

수도를 잠그고 찬찬히 장갑을 살펴보니 짤려나간 손가락 부분이 마치 내 살점인냥, 내가 이렇게 열심히 비벼 빤들 누가 내 맘을 알아주나 싶은게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치밀어 오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