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7일

한꺼번에 여러일을 절대 못하는 덜렁이 내가 새집으로 이사한 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스톰과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들을 오늘 저녁과 내일 점심으로 나누어 초대를 했다. 성격도 유별난지라 대단하게 차리지도 못하면서 막상 누구를 집으로 초대해놓고 나면 며칠전부터 메뉴를 선정하느냐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 하느냐 몸과 마음만 바쁘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푸짐히 먹고, 몇 시간 신나게 떠들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래서 사람은 남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나보다 하는 깨달음을 얻게된다.

여하튼 하루종일 랄라랑 놀아주며 장보러 갈 아이템들을 메모하고 새로운 레서피를 공부하다보니 오늘이 7월 7일 인지도 깜박했었던 나.

작년부터 우리 부부는 발렌타인 데이는 그냥 건너뛰고, 대신 양력 7월7일을 우리들의 칠월칠석이라고 규정하고 무언가 사랑의 표시를 나누기로 했는데(솔직히 말하면 일방적으로 나만 스톰으로 부터 받고 난 선물도 없이 그냥 웃어 넘어가는 날이지만...) 스톰은 이 바쁜 나날들 속에서도 잊지 않고 있었는지 오후에 같이 장보러 나갔을때 "오늘 칠월 칠석인데... 그대가 좋아하는 꽃 사줘야지..." 하면서 노랑 아기 장미가 가득 담긴 화분을 선물해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관문 입구에 꽃바구니 하나를 꼭 놓아두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받게되니 기쁨또한 두 배로 느껴진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견우와
잘 넘어지고 잘 잊어버리고 가끔 무지 웃기는 직녀와
건강하고 귀엽고 괴짜인 랄라공주를 키우고 있는 견우와 직녀.

고마워 견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