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5일

토요일 오후 비행기로 엄마가 무사히 잘 도착하셨다. 일 년 만에 만나는 엄마가 어찌나 반갑던지. 랄라도 큰소리로 "할머니!" 하면서 달려가 반가움과 수줍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할머니 품에 다소곶이 안겼다. 며칠동안 딸네집 온다고 잠을 설치다 결국에는 감기몸살까지 얻은 엄마는 비행기 안에서만 감기약을 3번씩이나 드셨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감기를 떨쳐버려야 오랫만에 만나는 랄라랑 신나게 놀아줄수 있으시다며... 엄마는 오는길이 멀고 힘들었지만, 이렇게 랄라를 품에 안고보니 다시 기운이 펄펄 솟는듯 하다며 크게 웃었다. 아~ 유난히 바빴던 여름을 보낸뒤 만나는 엄마라서 그런지 그냥 엄마 얼굴만 보고있어도 이젠 됬구나 싶은게 그냥 맘이 편해지는게 신기하다.

엄마의 짐속에는 엄마 속옷 몇가지와 랄라를 위해 연주해 주신다고 가져오신 소프라노 색소폰, 오카리나 악기 두개를 빼고는 정말 몽땅 우리를 위한 선물뿐이였다. 심지어 딸이 사용하는 빨래비누까지 차곡이 챙겨오신 우리엄마. 엄마가 꽉꽉 채워오신 짐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그날밤 우리 모녀를 잠 못 이루게 했다. 우리는 랄라를 가운데 눕혀놓고는 새벽녘까지 그동안 못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앞 다투어 늘어놓았다. 곤히 잠자는 랄라가 깰까 모녀가 숨죽여 킥킥거리기도 하고 오랫만에 엄마랑 살부비며 한이불 속에 누워있으니 그야말로 내 세상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모녀는 흥분기에 있나보다. 엄마도 너무 좋으셔서 밥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하실 정도니까... 새벽 2시가 넘은 지금에서야 엄마는 씻으러 올라가셨고, 나는 하루를 마무리 할 준비를 하며 몇 자 두서없이 적어내려가고 있다. 시차 때문에 힘이 드실텐데도 한시도 랄라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 종일 랄라만 바라보며 웃고 좋아하는 엄마를 보면서 정말 사랑은 내리사랑이구나 싶다. 그동안 배운 색소폰과 오카리나를 랄라에게 들려주시고 싶다며 랄라가 좋아하는 동요만 골라 손수 악보까지 만들어 오신 엄마. 눈이 빨갛게 충혈됬는데도 개의치 않고 랄라가 원하면 같은 노래를 세번이고 네번이고 쉬지않고 연주해 주시는 엄마가 난 너무 존경스럽다. 엄마와 함께 맞이하게될 올 가을은 우리 가족에게 예년보다 한결 더 풍성함을 선물해 줄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