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4일

항상 사내아이처럼 파워레인저와 스파이더맨만 외치던 랄라가 다소곶이 앉아 민들레랑 토토로를 옆에 앉혀놓고 엄마놀이를 하는걸 보니 순간 어리둥절... 하지만 조심스럽게 민들레를 팔에 안고, 테이블위에 손수건을 펴서 컵을 놓아두는 섬세한 배려까지 잊지 않은 랄라를 보니 너무나 사랑스럽다. 평소에 랄라는 천방치축 개구장이 꼬마대장 같은 면이 대세를 이루지만 일상속에서 보여주는 랄라만의 여성스러운 표현방식을 보면 자연스레 "소녀다움"을 읽을수 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만나는 아가들을 만질때는 마치 꽃잎을 어루만질때 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살며시 잡고는 씨-익- 웃어보이는 우리 랄라. "엄마 아가가 많이 귀여워요." 하고 나를 보며 말할때는 꽤나 어른스럽기 까지 하다. 잠잘때면 꼭 잠옷을 입어야지만 (랄라는 밤의 옷이라고 부름) 자리에 들고, 컵과 그릇은 꼭 쟁반에 받혀줘야지 먹고, 냅킨으로 야무지게 입술 언저리를 닦고 할때 보면 제법 테이블 메너도 몸에 익힌듯 보인다.

어려서 부터 향기에 민감했던 랄라는 우리집에 있는 향수, 비누, 초의 냄새를 맡을때 아주 평화로운 표정을 짓곤 하는데 얼마전에는 "엄마 옷에서는 엄마 냄새가 나요. 반짝 반짝 예쁜 우리 공주님 엄마 냄새가 나요." 하면서 어찌나 예쁘게 말하던지 그런 말을 들을때면 앞으로 더 깨끗하고 향기좋은 엄마가 되고싶다는 의욕이 뭉게뭉게 피어나기도 한다. 랄라는 나비가 그려진 핑크색 샌들 보다 케로로중사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파랑색 샌들을 선호하지만, 노란색 레모네이드는 투명한 잔에 마셔야 더 시원하고 맛있어 보인다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이제는 아이를 마중갈 시간이다. 나는 매일 오후 랄라를 마중갈때면 랄라가 좋아하는 노란색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간다. 그 안에 얼음을 동~ 동~ 띄어놓으면 랄라에게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다가갈 때 마다 청량한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소리가...내가 건네준 레모네이드를 받아들고 씩씩하게 꿀꺽꿀꺽 단숨에 마시는 랄라의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나에게 건강한 기운이 퐁퐁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