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7일

예식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풍경은 조선 사람들이 정말 참을성이 없구나 하는 거예요. 신랑이나 신부가 들어올 때 모두들 뒤돌아 봐요. 주례 앞에 가면 돌아설 텐데 그 일 분을 못 참아요. 그 대신 참아선 안 될 중요한 건 한심스러울 정도로 잘도 참고 견디는구나 하는 겁니다.

예식이 끝나자 사진을 찍대요. 이 사진 찍는 데 사진장이가 별의 별 간섭을 다해요. 그뿐 아니라 모두들 그의 말에는 순순히 잘도 따라요. 언제부터 사진 찍는 풍토가 그렇게 되었는지 몰라도 마치 모리꾼이 짐승을 몰듯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얼굴 표정과 몸가짐을 간섭해요.

가장 간단한 사진틀만 잡아도 이렇게 사람이 건방지게 되는구나. 그러니 권력이나 돈을 가지면 사람이 형편없이 되는 도리를 알듯도 해요. 물건과 인간. 물건 없이 인간은 살지 못하지만 물건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해야지, 물건이 인간을 망치는 쪽으로 흐르는 겁니다. 그러니 물건을 많이 가져야 인간 구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물건과 인간의 관계를 따져 보게 돼요. 완물상지 라는 말처럼 물건 때문에 인간성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물건은 인간성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 후 딸네집에 가서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을 봤는데 폐백실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신랑 신부가 사진장이의 노리개감이 되어 버렸어요. 시키는 대로 하면서 그걸 창피한 줄도 모르고 찍고는 새빠지게 번 돈을 주다니, 인권 유린 지대가 바로 폐백실이구나 싶었습니다.

왜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합니까? 인격이란것이 지켜야 할 때가 있고 팽개쳐야 할 곳이 있단 말입니까? 막되어 먹은 연놈들도 결혼식 때와 죽을 때만은 의젓하고 늠름하더라고 듣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진 케케묵은 수작인가요? 해가 서쪽으로 져서 동쪽으로 뜨는 건 시대고 나발이고 없지요. 줏대없고 자신없는 잘못된 몸가짐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 시대를 들먹이며 책임을 시대탓으로 넘기는 걸 많이 봐요. 문화나 사물을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고뇌하면서 걸러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틀 앞에서 쩔쩔매는 사람들이 일단 사진틀을 잡으면 폭군으로 돌변하고 좀더 큰 것을 잡으면 안하무인이 되기 십상이 아닐까요?

권력과 금력이 기세를 부리자 사진장이도 ㅁㅁ장이도 ㅇㅇ장이도 다 그 나름의 기세를 부리면서 렌즈 앞에서 일사불란 쩔쩔매는 군상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상품의 침투, 권력의 침투가 강산과 국민들 속에 스며들어 형형색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그렇게 막 만들어졌나,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자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앞섭니다. 사람이란 미우나 고우나 어차피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 전우익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