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7일
앞으로 두 달 남짓 있으면 결혼 6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스톰이랑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보냈다고 실감하기에는 너무도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이다.
결혼 초, 일 년 동안 우리는 무던히도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지냈다. 그 후 임신과 함께 조금씩 함께하는 삶이 안정되는 듯 보였고, 랄라를 출산한 뒤에는 타지에서 일가친척 도움 없이 둘이서만 아이를 키우느냐 힘든 과정 속에서 놀라운 팀워크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활의 균형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서서히 가족이 뭔지 부모가 뭔지에 대한 이해도 깊어갔다.
랄라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정말 아이를 위한 삶이었다. 스톰은 밖에서 나는 안에서 말 그대로 바깥사람과 안사람의 역할에 충실했다고나 할까. 때로는 지겹게 느껴질 만큼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우리는 무던히 노력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갔지만, 랄라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 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위로를 삼았고, 너무 피곤해서 밤마다 눈만 감으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기가 바빴지만, 그래도 틈틈이 서로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특히 신생아를 돌볼 때는 남편과 아내는 거의 '무성'이라는 '성'의 소유자가 될 때도 있다. 여성과 남성의 구별을 초월해서 '부모'라는 하나의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갑자기 증가한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로 인해 서로에 대한 애정은 뒤로한 채, 오로지 아이에 대한 보살핌만이 인생의 목적인 듯 과히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문득 잃어버린 자신의 '성'을 발견하게 되고, 어디서 부터 어떻게 서로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스톰 한데 고마운 건, 스톰이 항상 나를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바라봐 주었다는 점이다. 스톰에게 나는 언제나 그의 아내였고, 애인이었고, 친구였다. 랄라를 끔찍이 사랑하는 스톰이지만, 우리만의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스톰이다. 나는 랄라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스톰에게 있어 보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와 함께 일생을 걸어갈 파트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런 스톰의 사고방식이 쿨하다고 느낀 게 전부였지만, 랄라가 이제 우리의 손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나이가 되고 보니, 스톰의 생각이 진정 옳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수없이 많은 해외 출장으로 집을 자주 비워야 했지만, 스톰은 언제 어디서나 하루에 두 번 이상은 꼭 목소리로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짧게나마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집에서 랄라를 키우느냐 지쳐가는 나에게 매주 목요일이면 서로에게 "Thursday Love Letter"을 써보자고 권유한 것도, 랄라가 조금 큰 뒤부터는 밤마다 단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해보자고 권유한 것도 역시 스톰의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꾸준히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밧줄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해준 스톰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다시 내가 좋아하는 공부에 매진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생활 속의 안정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올해 봄부터 나는 스톰에게 아침마다 작은 메모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냥 말로 하기는 쑥스러운 이야기, 또는 그날 잊어버리면 안 되는 중요한 사항들, 일이 많은 때는 힘내라는 메시지 등을 적어 보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침마다 스톰 손에 따끈따끈한 커피랑 메모지를 함께 전해줘야만 마음 편히 나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출근을 하면 스톰은 사무실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꽂이에 나의 일일 편지를 꽂아놓고 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메모지 뒷면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답장을 한 뒤, 퇴근 후 부엌 카운터에 슬그머니 놓아두는데, 난 그걸 모아 부엌 기둥 한쪽에 붙여놓고 가끔 읽어보곤 한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남녀 사이라 하더라도, 365일 한 지붕 아래서 좋은 것 싫은 것 모두 겪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다. 거기에 갓난아기 울음소리, 밀린 잠, 피곤함, 그리고 직장으로부터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누구나 짜증스럽고 서로에게 화도 나는 게 부부생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런 게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연예 컨설턴트 송창민 씨는 <연애의 정석>이라는 책에서 '연애=진심 x(방법+용기)+자기 계발'이라는 연애 공식을 세우기도 했지만, 내 생각에는 비단 연애에서 뿐 아니라 결혼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내가 고안한 새로운 공식은 다음과 같다.
결혼생활의 행복감=사랑 x(대화+노력)+자기 계발
2006년 10월 17일
앞으로 두 달 남짓 있으면 꼬박 결혼 6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스톰이랑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보냈다고 실감하기에는 너무도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들이다.
결혼 초, 일 년 동안은 무던히도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지냈고, 그 후 임신과 함께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가면서, 랄라를 출산한 뒤에는 타지에서 일가친척 도움 없이 둘이서만 아등바등 아이를 키우느냐 힘은 들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놀라운 팀워크를 일구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우리 생활 속의 균형감이 피부로 느껴졌고, 서서히 가족이 뭔지 부모가 뭔지에 대한 이해도 깊어져 가기 시작했다.
랄라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정말 아이를 위한 삶이었다. 스톰은 밖에서 나는 안에서 말 그대로 바깥사람과 안사람의 역할에 충실했다고나 할까. 때로는 지겹게 느껴질 만큼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우리는 무던히 노력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갔지만, 랄라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 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위로를 삼았고, 너무 피곤해서 밤마다 눈만 감으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기가 바빴지만, 그래도 틈틈이 서로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특히 신생아를 돌볼 때는 남편과 아내는 거의 "무성"이라는 "성"의 소유자가 될 때도 있다. 여성과 남성의 구별을 초월해서 "부모"라는 하나의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갑자기 증가한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로 인해 서로에 대한 애정은 뒤로한 채, 오로지 아이에 대한 보살핌만이 인생의 목적인 듯 과히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문득 잃어버린 자신의 "성"을 발견하게 되고, 어디서 부터 어떻게 서로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스톰 한데 고마운 건, 스톰이 항상 나를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 이로 바라봐 주었다는 점이다. 스톰에게 나는 언제나 그의 아내였고, 애인이었고, 친구였다. 랄라를 끔찍이 사랑하는 스톰이지만, 우리만의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스톰이다. 나는 랄라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스톰에게 있어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와 내가 일생을 함께 걸어갈 파트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런 스톰의 사고방식이 쿨하다고 느낀 게 전부였지만, 랄라가 이제 우리의 손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나이가 되고 보니, 스톰의 생각이 진정 옳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수없이 많은 해외 출장으로 집을 자주 비워야 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하루에 두 번 이상은 꼭 목소리로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짧게나마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집에서 랄라를 키우느냐 맨날 지쳐가는 나에게 매주 목요일이면 서로에게 "Thursday Love Letter"을 써보자고 권유한 것도, 랄라가 조금 큰 뒤부터는 밤마다 단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해보자고 권유한 것도 역시 스톰의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꾸준히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밧줄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해준 스톰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다시 내가 좋아하는 공부에 매진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생활 속의 안정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올해 봄부터 나는 스톰에게 아침마다 작은 메모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냥 말로 하기는 쑥스러운 이야기, 또는 그날 잊어버리면 안 되는 중요한 사항들, 일이 많은 때는 힘내라는 메시지 등등, 적다 보니 아침마다 손에 따끈따끈한 커피랑 메모지를 함께 전해줘야만 마음 편히 나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끔 되었다. 그러면 스톰은 사무실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꽂이에 나의 일일 편지를 꽂아놓고 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메모지 뒷면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답장을 한 뒤, 퇴근 후 부엌 카운터에 슬그머니 놓아두는데, 난 그걸 모아 부엌 기둥 한쪽에 붙여놓고 가끔 읽어보곤 한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남녀 사이라 하더라도, 365일 한 지붕 아래서 좋은 것 싫은 것 모두 겪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다. 거기에 갓난아기 울음소리, 밀린 잠들, 피곤함, 그리고 직장으로부터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누구나 짜증스럽고 서로에게 화도 나는 게 부부생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런 게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연예 컨설턴트 송창민 씨는 <연애의 정석>이라는 책에서 '연애=진심 x(방법+용기)+자기 계발'이라는 연애 공식을 세우기도 했지만, 내 생각에는 비단 연애에서 뿐 아니라 결혼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내가 고안한 새로운 공식은 다음과 같다.
결혼생활의 행복감=사랑 x(대화+노력)+자기 계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