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3일 

요즘 들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제부터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토론토 근교는 지금 폭설이 내리고 호수가 얼었다고도 한다. 한국도 지난주 입동을 맞이하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하면 이곳 날씨는 그리 차가운 기온은 아니지만, 길가에 흩어진 낙엽들이 빗물과 함께 젖어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싸- - 하다.

지난주 스톰이 벽난로를 피운다고 장작을 큰 소쿠리로 하나 사다 놓았다. 그 후로 우리는 비 내리는 오후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랄라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밤을 기다리게 되었다. 요즘 학교에서 Freud, Jung, Winnicott, Adler, Rogers, Yalom, May, Pearls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씨는 심리학 서적 읽기에는 최적이 아닐 수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는 내용이 많아, 곧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점에 좋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몇 주간 다양하고 독특한 심리학 이론을 접하면서 삶은 그다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계적 학자가 아니었던 우리 할머니나 엄마 아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경험담들 속에도 반드시 주옥같은 진리가 있고 지혜가 있다. 연령이나 학벌 및 사회적 위치를 뛰어넘어 인생의 역경을 헤치고, 남의 아픔과 기쁨을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수없이 많다. 어떤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 사람의 외모만을 가지고 쉽게 판단하거나 개인적 편견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론이나 철학을 공부해 보지도 않고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학자들만의 주장이 옳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편협적 사고방식은 우리를 쉽게 배타주의에 물들게 하고 결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종말을 맞게 한다. 

유동적인 삶. 생각만 해도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일직선상에서 좌에서 우로 또는 아래서 위로 한 지점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 친 나의 이십 대가 있었음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물처럼 흐를 수 있는 유연함이 깃든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식사시간에 자주 하셨던 말씀이 되살아 난다. "네가 직접 안 먹어 본 음식의 맛을 어떻게 알 수 있겠니? 일단 한 입이라도 먹어보고 정말 못 먹겠으면 나중에 뱉어도 좋으니까, 뭐든지 한 번씩은 맛보도록 해봐." 당시는 야속하게 들리던 말씀도 어른이 되어 한 생각 돌이켜보니, 딸이 무지와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밥상머리 교육에 각별히 신경 쓰신 엄마의 지혜가 담겨있는 소중한 가르침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2006년 11월 13일 

요즘 들어 이곳은 비가 자주 내린다. 이제부터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토론토 근교는 지금 폭설이 내리고 호수가 얼었다고도 한다. 한국도 지난주 입동을 맞이하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하면 이곳 날씨는 그리 차가운 기온은 아니지만, 길가에 흩어진 낙엽들이 빗물과 함께 젖어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싸- - 하다.

지난주에 스톰이 벽난로를 피운다고 장작 한 박스를 사다 놓은 뒤부터 우리는 오히려 비 내리는 오후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랄라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밤을 기다리게 되었다. 요즘 학교에서 Freud, Jung, Winnicott, Adler, Rogers, Yalom, May, Pearls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씨는 심리학 서적 읽기에는 최적이 아닐 수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는 내용들이 많아, 이제 11월 곧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나와 가족들에게 좋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몇 주간 다양하고 독특한 심리학 연구론을 접하면서 삶은 그다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계적 학자가 아니었던 우리 할머니나 엄마 아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경험담들 속에도 반드시 주옥같은 진리가 있고 지혜가 있다. 연령이나 학벌 및 사회적 위치와는 달리 역경을 헤치고, 남의 아픔과 기쁨을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수없이 많다. 어떤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 사람의 외모만을 가지고 쉽게 판단하고, 개인적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론이나 철학을 공부해 보지도 않고, 내가 잘 알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학자들만의 주장이 옳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편협적 사고방식은 우리를 쉽게 배타주의에 물들게 하고 결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종말을 맞게 한다. 

유동적인 삶. 생각만 해도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일직선상에서 좌에서 우로 또는 아래서 위로 한없이 한 지점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 친 나의 이십 대가 있었음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물처럼 흐를 수 있는 유연함이 깃든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문득 어릴 적, 엄마가 식사시간에 자주 하셨던 말씀이 되살아 난다. "네가 직접 한 번도 안 먹어 본 음식을 무슨 맛인 지 어떻게 알 수 있겠니? 일단 한 입이라도 먹어보고 정말 못 먹겠으면 나중에 뱉어도 좋으니까, 뭐든지 한 번씩은 맛을 보도록 해봐." 당시에는 매정하게 들리던 엄마 말씀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린 딸이 앞으로 무지와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밥상머리 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쓰신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는 소중한 가르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