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0일 

랄라랑 일요일 오후부터 같이 앉아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도화지를 사용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어 보았다. 요즘 도서관에서 겨울에 관한 책을 많이 빌려다 읽다 보니 아무래도 랄라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하루빨리 느껴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거실에 모닥불도 피우고, 창고에 넣어놓았던 크리스마스트리도 꺼내고, 지난해 썼던 전구들 중에 망가진 것들은 한쪽으로 추려놓고, 올해는 어떻게 장식을 해볼까 랄라랑 의논해 보았다. 

난 랄라 한데 빨강과 흰색을 주로 사용한 하트를 올해의 테마로 해보자고 했는데, 랄라는 오로지 파워레인저여야 한다고 한다. 어디 가서 파워레인저가 있는 장식품을 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랄라가 파워레인저를 그린 뒤 그 종이 위에 내가 오려준 별, 다이아몬드, 하트,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들의 종이 조각들을 붙여보자는 거였다. 반짝이 풀을 사용해서 화려함을 살리면 좋을 듯싶었다. 랄라는 무서운 속도로 파워레인저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완성된 파워레인저 그림들이 지금도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다. 조금씩 만들다 보니 나도 꽤 재미가 붙어서, 올해는 그럼 이참에 모두 우리 손으로 장식품을 직접 만들어 볼까도 생각 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랄라와 함께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유대감이다.

랄라도 이번 주말은 특히 재미있었는지 오늘 아침에도 유아원에 안 가고 집에서 엄마랑 더 많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고 싶다며 한참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아 모처럼 랄라를 달래느냐 애를 먹었다. 물론 지금쯤은 유아원에서 "파워레인저!"를 외치며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 품에 랄라를 안아줄 수 있는 지금이 난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