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9일

국민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트리 = 크리스 마스 장식 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미처 알지도 못했던 알파벳. 교실 칠판에 커다랗게 선생님께서 써놓으신 "Merry Christmas"를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최대한 예쁘게 그리기 위해 (마치 외국인이 한글이나 한자를 그리듯이 베끼는것과 같은) 연필을 꼭 쥐어잡던 기억이 있다. 색도화지로 카드를 만들고, 반짝이 풀도 그리 흔하지 않았던 시절.

이런 이야기하면 뭐 나이 40 먹은 아줌마가 쓰는 글 같지만, 사실 그당시 1980년도 초, 서울의 많은 국민학생들은 한정된 재료를 가지고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을 만들었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손쉽게 구할수도 없었고, 오나먼트니 하는 고상한 단어는 아예 쓰이지 않았던 듯 싶다. 동네 문방구에 가면 한 줄에 50원씩하던 색실과 셀로판지로 만든 장식품을 사가지고 와서 플라스틱 나무에 휘휘 감아보기도 하고, 탈지면이라고 쓰인 커다란 솜뭉치를 두어 봉지를 사와 창문에 눈 처럼 다닥 다닥 붙여보기도 했었다.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과 크리스마스 트리의 차이조차 모르던 시절.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쁨과 설레임을 느꼈던 듯 싶다. 순수함과 동심이 있었고, 무엇보다 놀거리가 풍부했었다. 집마당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면, 동네 친구들과 동생들과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조금만 걸으면 갈수 있었던 노천 스케이트장이 있었던 시절. 500원이면 따뜻한 떡볶이와 오뎅 콤보를 천막친 스케이트장 한켠에서 맛있게 먹을수 있었던 시절. 새로산 스케이트 가죽천에 발뒤꿈치가 까져서 밤이면 대일밴드를 붙이고 잠들던 시절. 따뜻한 아랫목에 가족모두 발뻗고 앉아 군고구마와 동치미 국물을 함께 먹던 시절. 집으로 오는 길에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붕어빵과 호떡 몇 장을 사 담은 종이봉지에 묻은 기름과 온기가 내 가슴까지 느껴지던 시절. 백화점 나들이 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맘 설레던 시절. 작은것에 서로 감사하던 시절. 따뜻한 집이 고마왔던 시절. 노을이 참 이뻤던 추운 겨울.

이제는 돌아갈수 없는 지난날의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