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태어나 연기 하나만 바라보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늘상 성공에 굶주려 있었죠. 이 길을 가는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성공을 위해 부지런히 뭔가 도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는 거예요.”

배우 정준호는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봤다. 가끔은 후회도 있었다.

“가족들을 위해 성공을 바랐지만, 막상 가족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성공을 빌미로 소홀해질 때도 생기는 거죠. 많은 사람이 ‘정준호는 사람도 많이 알고 잘 챙겨’라고 하지만, 정작 가까운 사람들은 제게 그런 상처를 받겠구나 싶을 땐 후회가 되기도 해요. 바쁘게 살다보니 못 챙기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거죠.”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신작 ‘히트맨’(감독 최원섭)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소감과 권상우와 호흡, 유명세에 대한 생각 등을 털어놨다.

■“4년 만의 스크린 컴백, 헤어진 친구 재회한 느낌”

2016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4년 만의 컴백이다. 감회가 남다를 터다.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죠. 드라마 촬영장보다 배우들의 컨디션과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주니 다소 여유롭더라고요. 물론 부담도 다소 있었어요. 현장에선 선임자 위치라 책임감도 생겼고요. 맡은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고 선후배 간의 교감, 제작자·연기자 간의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야하니 지갑이 자꾸 열리더라고요. 할일은 많아지고, 집에선 달가워하지 않고. 하하.”

그럼에도 ‘히트맨’ 출연을 결정한 건, 세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시나리오가 엉뚱하면서도 느낌이 좋았어요. 웹툰 같기도 하고, 때론 짠내나게 사는 사람들의 의지가 현실적으로 투영되어 있기도 했고요. 신선하고 독특했죠. 감독과 권상우도 또 다른 출연 이유였어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시나리오를 완성한 감독이나, 코믹 연기를 잘 해낼 권상우에게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믿음은 현실이 됐다. 특히 권상우는 호흡을 맞추면서도 진가를 보여줬다.

“평소에도 체력 단련을 하고 몸을 관리하더라고요. 술을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도 않고, 느슨하게 사는 것 같은데도 그 안에서 철저한 계획을 시행하는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죠. 액션에 대한 애정도 커서, 감독이 OK를 외쳐도 자신이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찍자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힘든데도 열심히 하고요.”

‘혀’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권상우 보고 혀짧은 소리를 한다고들 하잖아요. 한번은 직접 혀를 보여주는데 짧지 않고 진짜 길더라. 제어가 안 될 정도로요. 하하. 그래서 그런지, 발음에 굉장히 신경쓰는 스타일이에요. 하기 어려운 발음도 될 때까지 하고요. 단점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걸 보니 ‘성숙한 배우로서 길을 잘 가고 있구나’ 싶던데요.”

■“유명세, 의연하게 대처하고 잘못은 반성해야죠”

얼마 전 무허가 영업 리조트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한 매체가 춘천 북한 강변의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 건물 용도에 대해 다세대 주택과 체육 시설 등으로 신고한 채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 의혹에 정준호가 개입되어 있다고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소속사를 통해 “영화 ‘모래시계’에 캐스팅된 이후 이 영화의 진흥을 위해 춘천시의 요구로 홍보대사를 맡은 것 뿐이다. 영화 세트장으로 이용될 해당 장소의 경영과 운영에는 전혀 참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동안 홍보대사를 100개 이상 하면서 여러 일을 도와주곤 했는데, 그러다가 오해가 생긴 모양이에요. 하지만 절대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홍보대사를 하는 건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지역축제에 가서 돌려주고, 팬들과 교류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힘들기도 하지만, 시간과 열정만 허락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고요.”

‘유명세’란 단어도 담담하게 입에 올렸다.

“이 직업엔 단점도 있어요. 늘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해야 하지만 가끔 내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땐 의연하게 대처하는 수밖에요. 또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다시 일어서야 하고요.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은 기쁨과 아픔이 있어도 너무 티내거나 슬퍼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유명세 역시 ‘내가 조심하라는 시그널이구나’라고 생각하고넘겨야죠. 일희일비할 순 없잖아요.”

이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