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케이팝 시장의 문제점을 들먹인 것에 북치고 장구치는 포스팅을 보고 잠을 설쳤다.
그래, 케이팝 시장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 아이돌 순위 올리려고 팬들이 음반을 여러 개 사고 스트리밍 돌리는 거, 문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왜 생겼을까? 과연 민희진에겐 아무 책임이 없을까?

이 현상의 시작을 찾으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이 성공하기 전, 빅히트가 거대 기획사로 떠오르기 전으로 가보자. 그땐 대중음악계에서 대중은 힘이 없었다. 신인 아이돌을 자발적으로 만날 기회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응원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신인을 발굴해서 선보이고 노출 횟수를 조정하고 순위를 올리는 것 모두 3대 기획사와 방송국 PD들이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대 기획사 소속 아이돌은 데뷔하자마자 모든 방송사 음악프로그램과 예능에 출연하고 뮤비도 나왔지만, 3대 기획사에 소속되지 못한 아이돌은 방송 출연조차 하늘의 별따기였지.
방탄도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기에 데뷔무대를 공중파에서 못하고 케이블 방송 무대, 그것도 펑크난 아이돌 대신 땜빵으로 섰다. 그 땜빵의 기회가 없었으면 방탄은 어찌 됐을까?

그렇게 방탄이 데뷔하고도 한참 뒤까지도 K팝의 권력은 3대 기획사와 방송사가 꽉 잡고 있었다. 만일 유튜브가 없었으면 방탄은 몸부림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방탄은 방송권력만 해바라기하지 않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알아본 글로벌 K팝 팬들이 방탄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그후 대중음악 시장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어도 음악방송 PD가 밀어주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공식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중이 스타를 픽하고 팬이 되어 열정과 경제력을 쏟아부어 스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 방식이 팬들에게 부담을 주고 팬들의 희생이 따른다는 부작용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팬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기존의 시스템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소수 힘있는 자들이 독점하고 공평하게 기회를 배분하지 않는 시스템에 다수의 힘없는 대중음악 가수들이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우스운 건 그 시스템에서 민희진은 내내 권력자였다는 것이다. 권력을 독점하고 휘두르던 3대 소속사의 기획자였고, 그 권력의 등에 타고 손 대는 족족 슈퍼스타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민희진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획자라고? 나는 반만 동의한다. 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스엠 소속이 아니었어도, 무명의 중소 엔터 소속이었어도 그렇게 손대는 아이돌마다 히트시켰을까? 글쎄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항간의 평처럼 뛰어난 기획자였고, 내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면 나는 하이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누구의 지붕 아래로 피하지 않고 그 누구의 후광에도 기대지 않고 오로지 내 돈과 실력과 감각으로 기획하고 멤버를 뽑고 디렉팅하여 팀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 길에 리스크가 보이고 성공의 확신이 없더라도 ‘나를 믿고’ 저질러 보았을 것 같다.
만일 민희진이 그렇게 했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뜨겁게 응원했을 것이다.
(방시혁은 바로 그 길을 걸었고 그렇게 방탄을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만들었다. 그 점에서 그는 최고의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길을 걷지 않았다. 늘 해오던 식으로 가장 안전한 곳에서 늘 해오던 방식으로 리스크는 남에게 부담시킨 채 권력을 맘껏 휘둘렀고, 이젠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 법과 관행과 도덕까지 헝클어트리며 부당한 자신을 정당화하고자 궤변을 늘어놓고 남녀대결 프레임과 부자대 빈자(10억 받은 빈자?) 프레임, 자본가와 노동자 (왕족 노동자?) 프레임을 만들어 약자 코스프레하더니 이제는 멤버들과 가족들을 이용하고 불구덩이로 밀어넣고 있다.

그런데도 적잖은 이들, 특히 합리적이고 정의롭다고 자처하는 이들이 민의 이런 쇼에 감읍하여 예술가의 입장이라느니, 경영의 관점이 아닌 대중문화의 관점이라느니 하면서 덩달아 궤변을 펼치고 있으니 그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아니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왜 돈을 빼고 논하냐구요? 답답.

온갖 수식과 포장, 다 벗기면 결국 1000억에  만족 못하고 4000억 요구했다 거절 당한 자가 먹튀하려다 들통나자 발악하는 퍼포먼스인데 멀쩡해 보였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