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의외의 변수를 맞닥뜨리게 된다.  
여행이 인생의 축소판으로 느껴지는 일면이 바로 이런 변수때문이기도 할테지만...

East Stroudsburg를 출발해서 Hartford를 지나 Boston으로 가는 날은 금요일이었다.
Boston에서는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 숙소도 가까이 정해서 일찍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Hartford에서부터 예상은 어긋났다.  
가는 동안 많은 공사구간이 있었다.  
큰 하이웨이가 아닌 작은 길로 우회하여 다니며 예상하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였고 금요일이어서였는지 도시가 가까워지면서는 진입하는 길마다 교통 체증을 만나기도 하였다.  
공사구간을 지나며 놓쳤던 시간을 메꾸기 위해 속도를 내다 Exit을 놓치기도 하였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알게 된다.  계획은 계획일 뿐 그날의 일정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Boston은 Freedom trail을 걸을 예정이었다.  
Common Park에서 시작하여 Charlestown까지 붉은 선으로 이어진 2.5마일 가량의 거리를 걸으며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trail이다.
Common Park은 바로 찾았다.  
가까운 주차빌딩으로 들어가는데 이어진 차량행렬이 엄청났었다.  
급한 마음에 옆의 어느 호텔주차장에 발레파킹을 시키고 길을 나셨다.  
2-3시간을 할애한 Freedom trail, 이미 그만큼의 시간을 길에서 다 써버렸지만
한군데라도 눈도장을 찍으려는 심정으로 Common Park의 어느 빈 밴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남은 시간을 나누어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Plymouth였는데 늦은 오후의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트레일은 포기해야만 했다.  
시선을 멀리 던지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을 잡아끌어 내 속에 다독이며 집어넣었다.  
Massachusetts State House, Park Street Church 공원에 인접한 두곳만 보고 넓은 공원을 돌아나와
Plymouth로 향했다. 

어느 겨울, 눈쌓인 Boston을 기약하며 그대로 남겨놓고 떠나왔다.

400년 전, May Flower호를 타고 영국의 청교도들이 처음 닿은 곳. 1620이란 숫자를 기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