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Philadelphia를 한바퀴 돌아본 뒤 Arlington 국립묘지로 향했다.
그곳은 방문할 곳의 목록에서 빼놓으면 안 된다는 마음 속의 명령같은 것이 있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나라, 미국시민이란 명분을 갖고 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 이 나라에서
내가 받은 혜택들을 고마와하며 인사라도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25전쟁도 물론이지만 그 외 많은 전쟁과 테러… 수없이 많은 목숨을 버리며 지켜온 것들을
내가 누리고 내 아이가 누리고 있다는 까닭일 것이다.
귀하게 죽어간 목숨들이 누워있는 묘지는 푸르렀고 평화로왔다.
그 언덕을 넘어 포토맥강이 흘렀고 그 뒤에는 워싱턴 기념탑이 멀리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Washington 대통령의 옛집 Mount vernon을 찾았다.
유럽은 왕들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백성의 눈물로 호화스러운 궁전을 지어 살았던 1700년대,  
어떤 이념을 품고 살았기에 왕도 아닌 대통령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 이곳으로 왔을까.   
같은 시대, 루이14세의 베르사이유궁전을 떠올리면 너무나 소박한 2층집.

하지만 그 집의 주인의 위대함에 높은 존경과 감사를 드렸다.

버지니아주를 지나면 노스 캐롤라이나주로 넘어간다.
동부의 도시들은 고풍스러웠고 숲속의 요정들의 집마냥 이쁘게 숲과 어우러져있었다.  
길가에는 나무도 무성했고 나무에는 넓은 잎들이 짙고 푸르렀다.  
켈리포니아에서만 25년을 살아온 내게 한번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한명의 반가운 친구가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는 길에

들뜨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기라도 하듯 조금씩 흐려지던 하늘이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한가로운 전원에 사는 친구는

자기가 키운 온갖 채소로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쳐서 거나한 한상을 차려놓았다.  
가슴은 친구와의 만남에 감격하고 되살아난 미각은 새콤달콤한 나물에 감동하며

긴 대화로 호수를 낀 전원의 밤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