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포니아를 출발해서 동쪽으로 400년 전 영국을 떠나온 청교도들이 닿은 첫 미국땅인 Plymouth에 도착,
다시 남으로 달려 Florida, Key West까지 갔다가 북으로 방향을 돌려
루이지애나를 거쳐 텍사스, 뉴멕시코, 아리조나를 지나 켈리포니아로 돌아오는 이번 여정은
되돌아가지 않는, 한번 달렸던 길은 다시 달리지 않는 그냥 앞으로만 가는 여정이었다.

마치 되돌아갈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이 그랬듯이 나의 또하나의 버킷리스트는
후회도 소용없고 실패할 수도 없는 주어진 운명을 지나는 우리네 삶같은 여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달렸다.
그냥 이렇게 길따라 오면 되는 것을 왜 그리 버둥거리며 바쁘게 다녔는지...
시시때때로 옆눈을 뜨고  이쪽 저쪽 살피며 가지 않은 길에 욕심을 내며 살았는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경을 즐기며 아직도 남은 여정의 설레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저런 깨우침을 주는 여정이 그 길을 다해간다.  
집으로 가는 길이 점점 가까와지고 집이 가까와질수록 집이 더 그리워지고 있었다.  
돌아갈 집이 있어 기쁘게 떠나는 여행, 나는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아이러니를 매번 되풀이하고 있다.     

El Paso를 향해 가다가 San Elizario에서 Presidio chapel을 잠시 구경하였다.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어느 순간 옅어지다가 뉴멕시코 경계를 넘어서자마자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온통 희뿌연 하늘과 땅, 나는 그곳을 헤치며 White Sands National Park으로 가고 있었다.  
하얀 모래사막이 끝도 없이 누워있던 사진을 보고 그 신비로움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오늘은 돌풍경보가 있었고 내 눈앞에 거친 바람이 몰아쳤지만 가던 길을 포기하고 뒤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욱한 안개 속의 하얀모래사막을 보고왔다.  
잠시 바람이 자는 동안에 차에서 내려 가까운 곳만 느끼며 아쉬움에 다시 가봐야할 곳으로 남겨두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동틀 무렵 출발해서 Arizona로 향했다.
Arizona의 Tombstone은 서부개척 당시를 추억하게 할만한 곳으로 영화 ‘OK목장의 결투’등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데 실제로 영화의 한 장면을 지역배우들이 재연하기도 했다.  
그 당시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의회건물 마당에는 교수대, 옛 묘지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시간여행을 하고온 느낌이었다.

Tucson city에서는 San Xavier del bac mission을 찾았다.  
이 지역의 역사적 랜드마크라고 해서 찾았지만 공사중인 것을 미처 알지 못해 멀리서만 보았다.

이번 여행 중 마지막으로 친구를 방문하는 날이다.  
바쁜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리조나의 피닉스시는 퇴근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꽤 심했다.  
7년 전의 모습보다 더 젊어진 친구, 정담을 나누며 마시던 막걸리와 반짝이는 불빛과 음악소리 더불어 깊어가는 밤을 아쉬워했다.  
언제나 지금 모습 그대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