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치아를 뽑게 되는 주요 원인을 두가지로 크게 나누면 치아내 손상과 치아주위 손상이 있습니다. 충치나 치아파절 또는 치아내 신경이 죽은 경우는 전자의 예이고  잇몸질환은 후자의 중요한 예가 되겠습니다. 자연치아를 살려쓰기 위한 전통적인 보존, 신경, 치주(잇몸)치료술식 이외에도 요즘 부쩍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임플란트의 등장으로 인해 환자들도 치과진료를 받을 때 더 많은 옵션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환자들에게 혼란스러움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치과환자들은 자연치아를 살리고 싶어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이런 경향이 많은데 이는 효경에서도 드러나듯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가 은연듯 몸에 배여서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일부에서 무분별하게 임플란트 위주의 치료가 감행되어 오다보니 자칫 모든 치과의사들이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뽑아버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환자, 치과의사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자연치아를 살리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려놓은 치아를 환자분들이 얼마나 오랜동안 문제없이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치아에  너무 깊이 충치가 진행되었거나 치아주위의 잇몸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많이 상한 경우에는 그 치아를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그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이전에 치과상담시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도 얼마나 쓸수 있을지 모르겠다든가 몇년후에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셨다면 결코 좋은 치료를 받으신 것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치아 상부가 어떤 이유로 상당히 부서져 있다고 합시다. 이 치아를 살리기 위해 대략 다음과 같은 치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부서진 부위가 치아내 신경에 가까운 것이므로 신경치료 (Root canal therapy by endodontist)가 필요하고 그 부서진 부위를 잇몸 위로 노출시키기 위해 치관 증대 (Crown-lengthening surgery by periodontist)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그 약한 구조물 위에 특수크라운 (Post &; Core Crown)이 제작되어야 합니다. 특히 치관증대술의 경우 그 치아 및 바로 인접치아를 지지하고 있는 치조골을 잘라내야 합니다. 따라서 특정치아 하나를 살리기 위해 인접치아를 상하게 하는 결과가 생기게 됩니다. 관련된 치과전문의 모두의 완벽한 시술이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이미 살리기에 너무 늦은 치아를 억지로 살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신경치료 + 치관증대술 + 특수크라운)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더 비쌀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비용추정은 한국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임플란트 수술은 미국에서 더 저렴하고 임플란트 위의 크라운 제작은 한국에서 훨씬 저렴하니까요. 손해를 보는 것은 비용뿐 아닙니다. 지금 살린 치아가 향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치아를 살리기 위하여 치관증대술을 시행하는 중 이미 치조골을 희생시켰으므로 임플란트를 심기에 뼈가 부족하여 임플란트를 원하더라도 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치과치료는 일방적일 수가 없습니다. 환자분들과 치과의사의 의사소통과 협조가 중요시 됩니다. 충치 및 잇몸병 등 병의 제거단계에서는 예외가 거의 없지만 병의 제거 후 이루어지는 재건(reconstruction) 단계에 들어가면 많은 선택가능한 대안들이 존재합니다. 마치 건물을 지을때 대지에 이루어지는 정비작업은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 지지만 그 위에 지어지는 건물의 모양에는 다양한 옵션들이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첫째, 담당 치과의사들의 정확한 진단, 분석 능력이 선결되어야 하고 둘째, 환자분들이 가능한 치료방법 마다의 장단점을 잘 아시고 계셔야 하며 셋째, 치료계획 단계에서 환자와 치과의사 모두의 참여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 최상으로 적합한 치료방법을 모색,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치아를 살리고 비용을 절약하고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로 내린 결정 때문에 되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치아를 뽑고 살리는 결정은 단지 지금 내 치아를 살리고 싶다는 환자의 간절한 희망에 의해서만 좌우될 수 없습니다. 그 결정은 환자를 위한 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치료계획을 치과의사가 세우고 환자와의 긴밀한 의사소통 후에 내려지는 신중한 결정이어야 합니다.

다음 연재될 칼럼의 제목은 “선생님, 여기 임플란트 하나 해주세요”입니다.